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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택 교수의 문학 칼럼] 『빙점』 24. 무라이 야스오: 동정과 욕망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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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10-29 | 조회조회수 :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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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이 야스오는 쉽게 악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나쓰에에게 다가가 루리코의 죽음이 일어나는 비극적 시간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책임 있는 사랑의 길을 걷지 못합니다. 그러나 『빙점』은 그를 단순한 유혹자나 파괴자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의 안에는 동정받고 싶은 외로움과 타인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함께 있습니다. 바로 그 혼합이 무라이의 비극입니다.


『빙점 해동』은 무라이를 “핸섬하고 천재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안과 의사”이지만, 자기 존재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는 인간으로 설명합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명과 꿈을 따라 살아갈 때 자기 존재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무라이는 인생의 뿌리와 지반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삶을 스스로 세워 가기보다, 다른 사람의 삶에 뿌리내릴 자리를 빌리려 합니다. 


그가 바라본 사람은 나쓰에였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쓰에가 단순히 아름다웠기 때문에 무라이가 끌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빙점 해동』은 무라이가 원한 것은 “원장 쓰지구치 게이조의 아내”였다고 말합니다. 나쓰에가 게이조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혹은 게이조와 나쓰에 사이에 아무 사랑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무라이는 그렇게까지 나쓰에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무라이의 욕망 밑바닥에는 게이조에 대한 존경, 동경, 질투가 얽혀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의 것을 빼앗음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는 욕망입니다. 무라이는 나쓰에를 사랑한다기보다, 게이조에게 속한 것을 소유함으로 게이조와 겨루고 싶어 합니다. 그는 나쓰에를 인격으로 대하기보다 자기 결핍을 채우는 거울로 삼습니다. 사랑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사랑은 타자를 살리는 아가페가 아니라 자기 공허를 덮으려는 욕망에 가깝습니다.


무라이의 안에는 인간 불신도 깊습니다. 혼담 이야기가 나올 때 그는 사진이나 프로필을 봐서 무엇을 알겠느냐고 말합니다. 만나도 모르고, 오래 사귀어도 속일 수 있으며, 결혼해 수십 년이 지나도 인간은 모른다고 말합니다. 『빙점 해동』은 이 장면에서 무라이 안에 있는 인간 자체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다고 해석합니다. 인간 불신은 관계에 대한 불신을 낳고, 결국 사랑에 대한 불신을 낳습니다. 


그런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랑을 받으면 감사하기보다 의심하고, 사랑할 기회가 오면 자신을 내어주기보다 상대를 이용합니다. 무라이의 동정심도 그래서 위험합니다. 그는 유카코의 외로움을 어느 정도 압니다. 『빙점 해동』은 무라이가 유카코 안의 외로움의 어둠을 게이조 이상으로 잘 알았던 마음을 갖게 된 것이, 그를 악마처럼 되게 한 비극의 한 원인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 외로움을 품어 주지 못하고 상처를 더합니다.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무라이의 죄는 욕망 그 자체보다 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인간이, 타인의 사랑과 타인의 소유와 타인의 상처를 통해 자기를 세우려는 죄입니다. 인간이 하나님 안에서 “나는 사랑받는 존재”라는 근본적 확신을 잃으면, 타인의 인정과 소유와 욕망을 통해 자기 가치를 증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반드시 누군가를 해칩니다.


『빙점』에서 무라이는 동정받을 만한 외로운 인간이면서 동시에 책임져야 할 죄인입니다. 미우라 아야코의 인간 이해는 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습니다. 상처가 있다고 죄가 정당화되지 않고, 죄가 있다고 상처가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십자가는 바로 이 복잡한 인간을 향합니다. 죄를 죄라 부르면서도, 그 죄인을 버리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 거기에 있습니다.


무라이 야스오는 오늘의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사랑하는가, 아니면 소유하려 하는가? 나는 타자의 아픔을 품는가, 아니면 그 아픔을 이용해 내 결핍을 채우는가? 『빙점』은 말합니다. 동정과 욕망의 경계에서 인간은 쉽게 무너집니다. 하나님 안에서 자기 존재의 뿌리를 찾지 못한 사랑은, 아무리 아름다운 언어를 입어도 결국 누군가를 얼어붙게 합니다. <계속>


임윤택 교수(선교신학자, 미주 장신대학교 선교학 박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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