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택 교수의 문학 칼럼] 『빙점』 13.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을 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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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단 한 사람에게 “당신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인간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빙점 해동』은 이 갈망을 『빙점』의 깊은 주제 가운데 하나로 읽습니다. 인간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사랑으로 관계 맺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사랑에 의해 관계가 맺어질 때, 인간은 살아가는 기쁨으로 가득 차며,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주는 기쁨의 작은 모형입니다.
요코도 그런 사랑을 갈망합니다. 그는 나쓰에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게이조는 친절하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멉니다. 도오루는 요코를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로 사랑해 줄 것 같지만, 그 사랑에는 불타는 열정과 불안이 함께 있습니다. 그런 요코가 숲속에서 읽는 책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입니다. 『빙점 해동』은 이 작품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서로를 절대적으로 소중한 존재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배반과 복수와 파멸로 뒤틀리는 이야기로 요약합니다.
왜 미우라 아야코는 요코에게 『폭풍의 언덕』을 읽게 했을까요? 그것은 요코 안에도 절대적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코는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고 싶어 하는 소녀입니다. 그러나 청순함만으로는 인간의 갈망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빙점 해동』은 요코가 『폭풍의 언덕』을 읽고 기타하라를 만나면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로 서로 사랑하는 것”을 강하게 원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모두 아니면 없음”의 절대성을 띠고, 배신을 허락하지 않는 사랑이 됩니다.
여기서 사랑은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하나는 상대를 살리는 사랑입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를 소유하려는 사랑입니다. 요코가 갈망한 사랑은 진실하지만, 아직 십자가의 사랑으로 정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배신당할 가능성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상처받을 가능성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요코는 상처받지 않는 청순함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빙점 해동』은 이것을 “순수함이라는 자기의”라고 부릅니다. 순수함마저 자기 의가 될 수 있다는 통찰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마사키 지로의 죽음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날 자살합니다. 병은 나았고 직장에도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자기 존재의 가치를 “제로”라고 느꼈습니다. 자신이 없어도 은행은 잘 돌아갔고, 지점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그는 “마사키 지로를 꼭 필요로 하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남깁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요코는 그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사키 지로의 절망은 현대인의 절망입니다. 인간이 기능으로만 평가될 때, 영혼은 얼어붙습니다. 기계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존재로만 여겨질 때, 사람은 “나는 누구에게 필요한가”를 묻게 됩니다. 성과와 효율의 세계는 사람을 쉽게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복음은 인간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쓸모 때문에 사랑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기 때문에 존귀한 존재입니다.
『빙점』은 여기서 사랑과 소유와 구원을 구분하게 합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은 인간의 본질적 갈망입니다. 그러나 그 갈망이 하나님 없는 절대성이 될 때, 사랑은 우상이 됩니다. 『폭풍의 언덕』의 사랑은 절대성을 원하지만, 용서 없는 절대성은 복수와 파멸로 흐릅니다. 요코의 사랑도 그 위험 앞에 섭니다. 마사키 지로의 절망도 “나는 누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기독교 신앙은 이 갈망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갈망의 근원을 밝혀 줍니다. 인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까닭은, 인간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인간도 다른 인간의 하나님이 될 수 없습니다. 부모도, 연인도, 배우자도, 자녀도 나를 완전히 구원할 수 없습니다. 인간 사랑은 귀하지만, 구원이 될 때 우상이 됩니다.
그러므로 『빙점』이 묻는 것은 단순히 “누가 누구를 사랑했는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끝까지 구하는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사랑입니까, 소유입니까, 구원입니까? 참된 사랑은 소유하지 않고 살립니다. 참된 사랑은 배신의 가능성 속에서도 용서를 배웁니다. 그리고 참된 구원은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주어집니다.
요코와 마사키 지로의 절망은 오늘 우리에게 말합니다. 인간은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의 가치가 기능과 성과로 계산될 때, 복음은 조용히 선언합니다. 당신은 하나님께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을 사람에게서 완전하게 요구할 때, 사랑은 얼어붙습니다. 하나님 사랑 안에서만 인간 사랑은 비로소 소유가 아니라 은총이 됩니다. <계속>
임윤택 교수(선교신학자, 미주 장신대학교 선교학 박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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