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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삶의 질과 생명 연장,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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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7-27 | 조회조회수 :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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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목으로서 병원과 호스피스에서 환자분들의 사전의료의향서(Advance Directive) 작성을 도와드리고, 그 결정이 환자 본인의 의사임을 증명하는 증인으로 문서에 서명하여 공식 문서로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때 환자분들과 함께 늘 마주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된다면, 당신을 치료함에 있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체크해야 할 항목은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 혹은 '생명 연장(Staying Alive)'


삶의 질을 선택하는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그저 이 몸뚱이만 살아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의미 있는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 채 기계에 의존해 식물인간으로 오래 사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남은 시간이 짧아지더라도, 가족들과 웃으며 집에서 평안하고 의미 있게 마지막을 지내고 싶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하시는 분들은 연이어 의사와 상의하여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거부) 문서에도 서명하십니다. 몸의 기운이 다해 심장이 멈추더라도 소생술을 시행하지 말아 달라는 환자 본인의 의사결정 서류입니다. 이 문서를 제출했거나 환자의 결정을 인지한 상태에서 의료진이 소생술을 시행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환자의 자율적 결정이 의료행위에 선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의료윤리에서는 환자의 '자율(Autonomy)'이라 부릅니다.


반대로 생명 연장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나는 하루라도 더 살고 싶습니다." "식물인간으로 있다가도 기적이 일어날지 누구 아나요?"


"(많은 경우 자녀분들이 부모님께 부탁하듯 조언하기를) 의식이 없으시더라도 하루라도 더 살아 계셔주면 좋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가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분들과 대화하며 목도한 바로는 이 두 선택의 비율이 거의 50 대 50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한쪽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생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가치이고, 남은 시간을 가치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 역시 존중받아야 할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종종 이렇게 말씀드리곤 합니다. "이 질문은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미리 준비하며 살아갑니다. 결혼도, 자녀 교육도, 은퇴도, 보험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작 누구에게나 찾아올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해서는 너무 늦게 고민하곤 합니다. 아직 건강할 때, 의식이 분명할 때,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죽음에 관한 대화'가 아니라 '삶에 관한 대화'가 될 것입니다.


환자들과 대화할 때마다 저는 제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나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병원에서 온갖 치료를 받으며 가까스로 연명하다가 임종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가족이 있는 집에서 작별을 고하고 마지막 생을 마감할 것인가?"


조금 더 오래 사는 것보다, 조금 더 살아있음을 누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많은 치료를 받기보다, 조금 더 사랑을 주고받고 싶습니다. 그저 오래 숨 쉬는 것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답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물론 실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지금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생명의 끝자락에 서면 본능적으로 삶을 붙들고 싶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집에 있기 어려워 병원에 모셔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저는 지금의 내 선택 역시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반드시 마지막 날이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가올 그날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준비하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따라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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