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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강한 군대, 겸손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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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7-17 | 조회조회수 : 1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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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48878. 학군단 훈련 중 제게 지급된 개인화기 M16 소총의 번호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던 M1 소총과 골동품 같은 카빈총을 쓰다가 새로 생산된 국산 소총을 지급 받던 날,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느꼈습니다. 소총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이제 장교 후보생들에게 국산 병기를 지급한다는 사실이 감동이었습니다. 기름종이에 싸인 새 소총을 펼쳐 들며, 저는 나라에 깊은 감사를 느꼈습니다. 그 후 그 총을 분해·조립하고, 영점을 조준하며 사격 훈련을 거듭하는 동안, 그것은 제 몸처럼 익숙한 개인화기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 말 겨우 소총을 만들던 나라가 이제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 독일과 대등하게 경쟁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비록 최종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발전입니다. K-드라마, K-팝, K-뷰티, K-푸드로 세계의 주목을 받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K-방산 장비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출퇴근길에서 쉽게 보는 현대와 기아 자동차처럼, 이제는 자주포와 전차, 함정, 잠수함, 항공기까지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참으로 대견하고 든든합니다. 분단이라는 현실은 우리에게 자주국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겨 주었지만, 오랜 기간의 꾸준한 투자와 연구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방산 강국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러나 방산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우리의 현실을 더욱 깊이 성찰할 필요도 있습니다. 『강대국의 흥망』으로 잘 알려진 폴 케네디는 강대국이 쇠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를 ‘제국적 과잉팽창’(Imperial Overstretch)에서 찾았습니다. 경제력이 커질수록 그 부를 지키기 위한 군사력도 함께 커지지만, 군사력이 국가의 경제력을 넘어설 정도로 확대되면 결국 재정건전성이 무너지고 제국은 쇠퇴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16세기 이후 합스부르크 제국, 프랑스, 대영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러시아와 미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강대국의 흥망을 비교하며 이 점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패권 경쟁을 위한 과도한 군사력은 강대국을 지탱하는 힘이 아니라 오히려 쇠락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경이 말하는 ‘절제된 군사력의 원칙’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군사력이 적절한지는 시대와 국제정세를 고려한 매우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신명기 17장 14-20절은 왕정이 시작될 것을 예상하면서, 왕에게 ‘과도한 군사력을 갖지 말라’ 경고합니다. 신명기 본문은 이상적인 왕의 모습을 일곱 가지 원칙으로 제시합니다. 첫째, 여호와께서 택하신 사람이어야 합니다. 둘째, 형제 가운데서 왕을 세워야 합니다. 셋째, 병마를 많이 두지 말아야 합니다. 넷째, 아내를 많이 두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째, 자신을 위하여 금과 은을 지나치게 쌓지 말아야 합니다. 여섯째, 율법서 사본을 직접 필사하여 평생 곁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일곱째, 율법을 실천하며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고대 근동에서 병마를 많이 둔다는 것은 오늘날의 전차와 자주포 같은 첨단 무기를 대량 보유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병마는 전쟁에서 매우 유용하지만, 그 유지에는 엄청난 비용이 따릅니다. 여호수아는 하솔 왕 야빈을 물리친 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병거를 불태우고 말의 힘줄을 끊었습니다(수 11:6, 9). 다윗도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병거 1,000대와 기병 7,000명을 지닌 소바 왕을 격파한 뒤, 병거 백 대를 끄는 말만 남기고 나머지 말의 힘줄을 끊었습니다(대상 18:4). 또한 신실한 다윗이 후일 약 130만 명에 이르는 군사를 계수한 일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것을 보면, 이스라엘은 군사력만으로 유지되는 제국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과 자비 아래 존재하는 신정 공동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의 절제된 군사력의 원칙은 시편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다윗은 “혹은 병거, 혹은 말을 의지하나 우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리로다”(시 20:7)라고 노래했습니다. 이는 병거와 말을 모두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군사력보다 하나님을 더 신뢰하라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성경은 국방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가의 최종적인 안전을 무기의 숫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서 찾도록 가르칩니다.

   

라인홀드 니버의 현실주의는 오늘날 국제정치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상대 국가의 선의만을 믿고 국방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닙니다. 죄인들의 세계에서는 선의만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핵무기든 재래식 무기든 억제력을 확보하는 일은 국가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가를 방어하기 위한 적절한 억제력은 국제정치에서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경제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이 됩니다. 솔로몬은 신명기가 제시한 이상적인 왕의 기준을 차례로 무너뜨렸습니다. 그는 병마를 많이 두었고, 외교를 위해 수많은 아내를 맞이했으며, 자신을 위한 금과 은을 끝없이 축적했습니다. 솔로몬의 강압 통치는 북쪽 열 지파의 불만을 키웠고, 결국 그 화려했던 통일왕국은 르호보암 시대에 남북으로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강력한 국방력은 국가 안보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수출하는 나라가 된 것은 분명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은 무기의 양과 성능과 수출 물량이 아니라, 그 무기를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성숙한 국가가 되는 데 있어야 합니다. 성경은 군사력 개발을 포기하거나 준비하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군사력을 하나님보다 더 신뢰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끝없이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과연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 군대와 동행하시는가?” 잠언은 그 신앙을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싸울 날을 위하여 마병을 예비하거니와 이김은 여호와께 있느니라”(잠 21:31).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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