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사의 칼럼(5)] 은퇴목사의 아름다운 신앙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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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읊조려 봅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은퇴를 하고 시간의 여유가 생긴 요즘, 지난 삶을 가만히 반추해 보며 인생에서 '누구와 함께 걸어왔는가'하는 질문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언젠가 누군가 저에게 "목사님,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최고의 지역이 어디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 곁이 바로 최고의 지역입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평생의 목회 여정을 마치고 조용히 뒤를 돌아보는 지금, 저는 감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지역에서 가장 큰 복을 누리며 살다 온 행복한 목회자라고 고백합니다. 제 곁에는 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들이 동행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현역 시절에는 목회가 무엇 그리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 왜 그리 칭찬과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했는지 모릅니다. 이제야 비로소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참된 감사와 찬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늦게나마 전해봅니다.
먼저, 4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묵묵히 제 곁에서 눈물과 기도의 길을 함께 걸어준 나의 아내에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찬사를 보냅니다. "여보, 당신은 참으로 내 평생의 가장 좋은 동역자이자 아름다운 동반자였습니다." 은퇴하고 나니 늘 마주하는 아내의 거칠어진 손과 깊어진 주름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참 부족하고 모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가장 완벽한 짝을 제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아내는 저의 거친 성정을 온유함으로 늘 덮어주었고, 목회라는 무거운 십자가의 무게를 묵묵히 나누어 짊어졌습니다. 지혜롭고 눈물겨운 헌신으로 아이들을 바르고 훌륭하게 키워내어 하나님 안에서 복된 가정을 꾸리게 한 것도 모두 아내의 눈물 어린 기도 덕분이었습니다. 은퇴한 남편 곁을 여전히 지켜주는 아내와 함께 평생을 살았다는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자랑이자 기쁨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부족한 목사를 신뢰하며 교회를 함께 섬겨온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조용히 서재에 앉아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칩니다. 목회자가 빛나야 할 자리에 늘 서 있을 때, 정작 이름도 빛도 없이 교회 구석구석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셨던 성도님들. 그 흔한 목사의 따뜻한 칭찬 한마디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오직 하나님의 시선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헌신해 오신 여러분이 제 곁에 계셨기에 저는 목회라는 긴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연약함까지 기도로 감싸주고, 아낌없이 후원하며 삶으로 동역해 준 여러분의 모습이 이제야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기억에 남습니다.
참 부끄럽게도, 현역 시절 제 마음에는 어리석은 불평과 원망, 그리고 지체들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가볍게 무시했던 부끄러운 오만이 자리 잡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회가 더 완벽하지 못하다고 원망했고, 성도들의 서툰 모습을 보며 혼자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짐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바라보니 비로소 온전히 깨닫게 됩니다. 교회는 완벽한 이들이 모여 고요함을 유지하는 미술관 같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교회는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인 거대한 '오케스트라'였습니다.
악기 하나하나를 떼어 놓고 보면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소리, 트럼펫의 우렁찬 소리, 큰북의 쿵쾅거리는 소리 등 저마다 다르고 때로는 조율되지 않아 시끄러운 불협화음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위대한 마에스트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지휘봉 아래서, 서로가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다른 지체의 소리를 돋보이게 해 줄 때, 그 거칠던 불협화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교향곡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우리는 참으로 화음이 잘 맞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였습니다.
누구 하나 자신을 돋보이려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맡은 파트의 자리에서 온전하게 지체의 역할을 다해 주셨습니다.
그 연주를 보고 듣는 수많은 이웃이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얻었고 하늘의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들을 저와 맺어 주셔서 하나의 몸을 이루게 하시고, 서로가 연약한 지체답게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교회의 질서를 세워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목회 여정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은퇴 후 멀리서 바라보는 여러분의 사랑의 교향곡은 앞으로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울림으로 울려 퍼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평생을 동행해 준 나의 아내여, 그리고 여전히 그리운 나의 성도들이여,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어서 제 삶은 참으로 영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이종천 목사(참좋은 감리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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