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나를 신뢰해 주는 새들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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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며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서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위로받기도 하고, 마치 가족처럼 동고동락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가족이 함께 살아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새나 파충류까지 집 안에서 키우며 친구처럼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어머니의 배 속에서 열 달을 기다리다가 세상에 태어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채워지지 않는 어떤 빈자리를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채우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대 사회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감정적인 교류를 반려동물을 통해 나누며 살아가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읽었던 한국의 고전 「흥부전」 이야기가 생각난다. 흥부는 매우 가난했지만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처마 밑 제비집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제비 새끼를 정성껏 치료해 주었다. 겨울이 되어 남쪽으로 날아갔던 제비는 이듬해 봄 다시 돌아오면서 박씨 하나를 물어다 주었고, 흥부가 그 씨를 심어 자란 박을 타 보니 그 안에서 황금과 보화가 쏟아져 나왔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아픈 다리를 고쳐 준 흥부에게 제비가 은혜를 갚았다는 따뜻한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흥부전 이야기를 떠올리며 최근에 있었던 새와 관련된 경험을 나누고 싶다.
십여 년 전, 나는 집 뒤뜰에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12개의 구멍이 있는 새집을 구입해 높이 설치했다. 그 후로 일 년 내내 두세 쌍의 참새들이 그곳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매년 봄이면 남쪽에서 날아온 제비과의 퍼플 마틴 6~8쌍이 찾아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다. 새끼들이 부화하면 정성껏 키운 후 가을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퍼플 마틴은 평소에는 내가 뒤뜰에 나가도 별 반응이 없지만,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하는 시기가 되면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뒤뜰에 나가기만 하면 머리 위를 낮게 날아다니며 공격하듯 위협했다. 지난 10년 동안 늘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두 달 전 강한 바람으로 새집이 많이 손상되어 새집 전체를 수리하게 되었다. 또한 새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지붕 위에 긴 나뭇가지 하나를 설치해 주었다.
그 후 새집 지붕 위에 찌르레기 한 쌍이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더니, 심지어 새집 구멍 안에 마른 풀을 물어다 넣으며 둥지를 짓기 시작했다. 퍼플 마틴 여러 마리가 계속 공격했지만 몸집이 더 큰 찌르레기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둥지를 만들었다. 결국 나는 새들의 평화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새집을 다시 내려 구멍 크기를 줄여 찌르레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수리했고, 지붕 위에 설치했던 나뭇가지도 제거했다. 그리고 다시 높이 설치해 주었다.
그 이후 찌르레기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퍼플 마틴은 다시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키며 열심히 먹이를 나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주 특별한 변화가 생겼다.
10년 동안 새끼를 키울 때마다 나를 공격하던 퍼플 마틴들이 올해는 전혀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새집 바로 아래에서 풀을 뽑고 채소밭을 가꾸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뒤뜰에서 일을 하지만, 새들은 평온한 모습으로 아기 새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나르기에 바쁘다. 마치 새들이 나를 자신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호해 주고 도와주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만 같다.
요즘 나는 아침저녁으로 뒤뜰에 나가 새들을 바라본다. 평온하게 날아다니며 새끼를 돌보는 모습, 그리고 나를 신뢰하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에도 평안이 찾아온다. 작은 생명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뿐 아니라 작은 새들도 사랑과 도움을 기억하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그 새들이 보여 주는 평화로운 모습이 나에게 큰 감동과 행복을 선물해 준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 새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켜 준 나의 작은 수고를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공중의 새 한 마리도 돌보신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작은 생명들을 돌보고 보호하는 일은 어쩌면 인간에게 맡기신 아름다운 청지기의 사명인지도 모른다. 나는 새들을 돌보며 오히려 더 큰 위로와 기쁨을 받고 있다.
오늘도 뒤뜰을 오가는 퍼플 마틴들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를 신뢰해 주는 작은 새들이 있어 참으로 행복한 아침을 맞이한다.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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