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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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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5-26 | 조회조회수 :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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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침 스탭 미팅을 시작하기 전, 오래된 노래를 하나를 함께 들었습니다. 바로 Bridge Over Troubled Water, 사이먼과 가펑클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였습니다.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 will dry them all…”

당신이 지치고 힘없이 느껴질 때,

당신의 눈에 눈물이 흐를 때, 내가 닦아줄게요...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들려오는 가사는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 무너져가는 삶의 곁에 끝까지 남아주는 존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노래가 우리 원목들의 최고 애창곡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호스피스와 병원 원목 사역을 하다 보면, 종종 인생의 가장 거센 물살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이는 갑작스러운 암 선고 앞에서 무너지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가족의 임종 앞에서 길을 잃습니다. 또 어떤 이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더 이상 자신의 몸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숨죽여 절망합니다.


그 순간, 누구라도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의사조차 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고, 임박한 죽음을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결국 인간은 삶과 죽음의 무게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순간들 앞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내 문제를 없애주는 사람” 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어주는 사람” 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이 노래가 참 복음적이라고 느껴왔습니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


다리는 사람들에게 우러름받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리는 그저 누군가가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자기 몸을 내어줄 뿐입니다. 다리는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계몽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며, 흔들리는 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붙들어 줍니다.


생각해 보면 예수님의 삶도 그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상한 갈대와 같고 꺼져가는 심지처럼 연약하고 고통하는 인간들을 품어주셨습니다. 눈물 흘리는 자들과 함께 우셨고, 병든 자들의 손을 만지셨으며, 버려진 자들의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깊은 간극을 메우는 가장 위대한 다리가 되셨습니다.


어쩌면 저의 원목 사역 역시 그런 부르심인지 모릅니다. 저는 매일 험한 물결 앞에 선 환자들과 가족들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불안과 상실, 고독과 두려움, 분노와 후회가 넘실거리는 삶의 마지막 강가에서, 우리는 거창한 영적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그저 작은 다리가 되어 그 곁에 머무릅니다.


조용히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마지막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가족들과 함께 울어주고,

고통과 슬픔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바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는 사역일 것입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인생의 짐을 함께 나눌 때, 오히려 제 영혼도 조금씩 치유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환자들을 위로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들의 삶과 용기, 마지막 고백들을 통해 제가 더 위로받고 배우며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험하고 거칠며, 죽음의 강물은 자주 우리 모두를 흔듭니다. 그러나 함께 건너갈 다리가 있다면, 사람은 끝까지 건널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저를 누군가의 작은 다리로 사용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두려움에서 평안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고통에서 안식으로 건너가도록 돕는 작은 안내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 자신이 지치고 무너지는 날에, 하나님께서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제 곁에 조용한 다리를 놓아주실 것입니다.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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