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목사 목회서신] 소박한 행복 > 칼럼 | KCMUSA

[강준민 목사 목회서신] 소박한 행복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칼럼

홈 > 목회 > 칼럼

[강준민 목사 목회서신] 소박한 행복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6-03-09 | 조회조회수 : 8회

본문

지난 주간은 목이 잠기더니 조금 아팠습니다. 하루는 꼼짝할 수 없을 만큼 아파 누워 있었습니다. 아마도 나이 한 살을 더 먹느라 몸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연약하게 태어난 제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그래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사실이 제게는 감격입니다. 아픈 중에도 무슨 글을 쓸지 생각했습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글감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책은 언제나 마중물입니다. 어릴 적 우물에서 물을 길을 때 사용하던 펌프가 기억나실 것입니다. 물을 길으러 가면 펌프 앞에 마중물이 있습니다. 그 마중물을 붓고 빠르게 펌프질을 하면 우물에서 물이 올라옵니다. 마중물을 사용한 사람은 반드시 그 다음 사람을 위해 마중물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마중물이 없으면 물을 길어 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글을 쓸 때마다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마중물입니다. 저는 마중물을 얻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다가 마중물을 만나면 제 마음은 기쁨으로 설렙니다. 그 마중물이 한 편의 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타고난 저술가도 아닙니다. 며칠 전에 울산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이 제게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썼는지 물으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꽤 많은 책을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책을 출판할 때마다 저는 늘 산고의 고통을 겪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오늘 제가 만난 마중물은 “소박한 행복”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는 소박한 행복을 배우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을 갖는 것인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의 때도 곧 지나갑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갖게 되는 숙제는 품격 있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91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배우 고 이순재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대우나 받으려고 하면 늙어 보이는 거야. 이제 우리 나이는 닥치면 닥치는 대로 살아야 해. 끝을 생각하기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지.” 소박한 행복의 비결은 거창한 데 있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삶 속에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지난 3월 1일 결혼한 지 44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숙제는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소박한 행복은 쉬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소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성숙해야 합니다. 성숙이란 무르익는 것입니다. 노사연 씨가 부른 〈바램〉이란 노래를 좋아합니다. 특별히 마지막 가사가 제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은 그대뿐입니다.”


조금씩 익어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조금씩 비울 줄 알아야 합니다. 채울 때가 있고 비울 때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비워야 합니다. 탐욕을 비우고, 지나친 기대를 비우고, 섭섭함을 비우고, 시기와 질투를 비워야 합니다. 소박한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비교하는 마음입니다. 비교는 우리의 마음을 초라하게 만듭니다. 소박한 행복을 위해서는 비교를 내려놓고 자족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익어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유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청년 시절 상당히 날카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의로운 척 했고, 깨끗한 척 했습니다. ‘척’ 하는 삶은 좋은 삶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날카로운 말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마음에 못을 박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모난 바위도 세월이 흐르면 풍파에 깎여 두루뭉술해집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모가 나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 왔는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둥글고 예쁜 조약돌은 오랜 세월 파도에 씻기며 만들어집니다. 저는 모난 돌보다 둥글고 예쁜 조약돌이 더 좋습니다.


익어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려가는 것입니다. 높은 산을 오를 때는 대부분 앞만 보고 올라갑니다. 정상을 바라보느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꽃이 보입니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올라가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물론 그럴 때도 필요합니다. 저도 올라가기 위해 애쓰며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라가는 삶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높아지면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머물렀다면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합니다. 나무도 계속 자라지는 않습니다.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춥니다. 고령화 시대가 되었지만 영원히 이 땅에 살 사람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익어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고운 말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말이 고울 때 인생이 아름다워집니다. 사람은 말을 먹고 자랍니다. 내가 밖으로 내보낸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하는 말을 먹고 삽니다. 고운 말을 쓰기 위해서는 고운 마음을 가꾸어야 합니다. 고운 말은 고운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쁘다”는 말도 좋지만 “곱다”는 말은 조금 더 우아하게 들립니다. 소박한 행복은 고운 말을 쓸 때 우리의 삶 속에 찾아옵니다.


익어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상의 작은 행복에 설렐 줄 알아야 합니다. “행복은 소소한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사랑스러운 입맞춤, 미소, 다정한 눈길, 진심 어린 칭찬, 즐겁고 따스한 느낌들. 이 작고 금방 잊히는 것들이 행복을 만든다.” 새뮤얼 테일러 쿨리지의 말입니다. 설렘은 행복의 자양분입니다. 저는 책방에 갈 때 설렙니다. 책을 읽을 때 설렙니다. 제가 쓴 글을 나눌 때 설렙니다. 정성껏 준비한 설교를 전할 때 설렙니다. 대단한 행복을 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소한 행복, 소박한 행복은 누구나 누릴 수 있습니다. 소박한 행복을 가꾸어 풍성한 삶을 누리시길 마음 깊이 축복합니다.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01,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