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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수갑을 차고 병실에 누운 스물아홉 살 흑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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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3-05 | 조회조회수 : 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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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시간 칼라마주 병원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한 환자가 원목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29세의 흑인 청년이었습니다. 4주 전 다리 골절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상처에 염증이 생겨 상태가 심각해져 다시 입원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병실 문 앞에서 저는 경찰에 의해 제지 당했습니다. 사실 그는 감옥에 구류된 중에 의료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수감자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제 신분을 확인한 후에야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잘생긴 흑인 청년이 침대에 누워 수갑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는 환자 기록상 기독교인이었고, 저를 보자마자 기도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하려고 그의 손을 잡자 그는 울먹이기 시작했고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4주 전 다리 수술을 받은 후 그가 처방받은 약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 (narcotics) 였습니다. 약을 복용한 지 며칠 만에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며 환각 증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아마 함께 동거하며 한 살짜리 딸을 둔 여자친구가 남자와 언쟁을 벌이며 소동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그가 집에 있던 총을 가지고 천장에 두 발을 발사하게 되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다고 합니다. 수술 후 다리를 절고 있었고, 환각 상태였지만 경찰의 체포에는 순순히 응했다고 합니다.


전과도 없는 청년이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총기였지만, 집 안에서 언쟁 후 발사가 되었고, 신고 후 출동한 경찰에게 잡혔기 때문에 바로 구치소에 구류가 되었다고 합니다. 심각한 수술 후유증이 있었고 수술 후 약물로 인한 드문 부작용이 원인 중 하나가 된 소동이었지만, 판사는 집으로 보내 치료를 받으며 재판을 받도록 하기보다 보석금 200만 불을 책정했습니다. 즉, 본 재판이 열릴 때까지 최소 6개월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그의 상황을 설명하며 그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목사님, 내일이 제 딸 한 살 생일입니다. 한 번만 안아보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딸이 면회조차 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안에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그가 백인이었다면, 과연 판사의 판결은 같았을까? 소위 정상참작과 양형의 이유들이 더 많이 적용되지 않았을까? 저는 그의 손을 붙들었습니다. 그 손에는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애잔한 슬픔이 뒤섞인 마음으로 저는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자녀 된 이 아들이 답답한 일을 당했습니다.

그가 잘못을 하였더라도 은혜를 베푸사 과도한 벌은 받지 않게 하소서!

공의와 정의의 하나님, 당신의 공평한 저울로 이 청년을 판단하시되 그의 회개와 안타까운 마음을 받으시고 재판관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소서.”


기도를 마치자 그는 고맙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함께 울어주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려주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그는 침대에 묶인 채 감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 가슴 깊은 곳에서 깊은 슬픔이 치솟았습니다. 그것은 단지 한 흑인 청년이 받는 대우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민자들의 현실이 겹쳐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수갑을 찬 스물아홉 살 흑인 청년의 눈물은, 억울하지만 억울하다고 하소연 할데가 없는 이 땅의 수 많은 약자들과 죄인들의 눈물이 아닐까요?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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