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느부갓네살, 고레스 그리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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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선지서가 기록되던 시대, 유대왕국에 깊이 각인되었던 두 제국은 바벨론과 페르시아입니다. 바벨론은 기원전 722년 유대왕국을 멸망시켰습니다. 페르시아는 기원전 538년 바벨론에 멸망한 유대왕국의 포로를 귀국시켜, 예루살렘 성전을 짓도록 허락하였습니다. 바벨론의 느브갓네살은 유대왕국을 멸망시켰지만, 페르시아의 고레스 2세는 왕의 칙령으로 예루살렘 중건을 지시했고, 결국 고레스 사후, 기원전 516년 예루살렘 성전이 재건됩니다.
두 제국 바벨론과 페르시아에 대한 성경의 언급은 대조적입니다. 먼저 느브갓네살이 이끈 바벨론 제국은 제국주의의 그늘을 보여주는 부정적 ‘이념형’(ideal-type)입니다. 바벨론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중근동을 석권한 후, 정복지의 문화, 종교를 파괴하고 타국의 엘리트와 장인을 바벨론으로 이주시켰습니다. 이에 예루살렘 성전은 파괴되었고, 유대민족의 정체성은 심하게 훼손되었습니다. 그러나 강압적 제국의 지배는 전성기 이후 20여 년 만에 해체됩니다.
바벨론을 멸망시킨 고레스의 페르시아 제국은 종교ㆍ문화적으로 포용적이고 관대하였습니다. 새로운 제국은 다민족 정체성과 다종교를 인정했고, 현지 엘리트를 활용한 자치를 시행했습니다. 고레스왕은 통치 원년인 기원전 538년에 유대 포로를 귀환시키며, 성전 재건의 칙령을 내리고 재정 지원을 합니다. 질서의 수호자이자 관리자가 된 페르시아 제국은 장기적 안정을 누립니다. 내부의 반란은 잦아들었고, 페르시아 제국은 200년 이상의 장기적 통치(기원전 550-330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유대왕국의 걸출한 선지자였던 이사야는 이사야서 44-45장의 예언 속에서 고레스왕을 “내 목자” “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 즉 “메시야”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 왕이 하나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고 예언합니다(사 44:28, 45:1). 이사야는 파괴된 예루살렘 성전이 고레스를 통해 재건되리라 말합니다. “예루살렘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중건되리라 하며 성전에 대하여는 네 기초가 놓여지리라”(사 44:28). 고레스가 가졌던 “나의 목자, 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지도자, 열국을 무릎 꿇게 할 자”라는 하늘이 준 명성은 매우 특별합니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45대 대통령 임기를 앞두고, 그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 되었습니다. 45대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를 이사야 45장의 예언을 성취하는 ‘고레스’로 조명하는 영성가들도 있었습니다. 바이든 경제정책의 실패와 성정체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많은 신자가 트럼프를 택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국제정치에서 고레스로 단정하여 말하는 것은 오해의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성경의 느브갓네살과 고레스는 일종의 이념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고레스와 다른 면이 적지 않습니다.
2026년 국제정치의 비상한 시대를 맞이하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의견을 물으니, 트럼프가 느브갓네살과 고레스 사이에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느브갓네살에게 더 가깝다는 한 인공지능의 견해를 읽으며, 고레스 모델을 향해 더 접근하길 기도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하지 않는 기도를 현 대통령을 향해 다음과 같이 드립니다. 첫째, 대통령이 교만한 왕의 전형인 느브갓네살이 아니라, 정의로운 국제정치의 관리자 고레스가 되도록 인도하소서. 둘째, 대통령이 이란과 그린란드에 관련된 사안에서 미국의 국익만 아니라, 각 국가의 정체성,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구현하도록 인도하소서. 셋째, 느브갓네살과 방불한 미국 우선주의적 관세 압박과 무력 개입 속에서, 고레스의 특징인 약소국가 지위 인정, 열방의 문화‧자유의 회복을 가능하게 하소서. 넷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국 무시나 타 문명권의 도구화로 전락 되지 않게 하소서. 다섯째, 트럼프의 국제정치가 우방이라는 정치적 자산의 인식, 민족 공존에 대한 비전, 그리고 공감적 서사를 가진 열린 현실주의로 발전하게 하소서.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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