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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지도자 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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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1-12 | 조회조회수 : 5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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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3일 새벽, 전격적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체포 작전이 미국에 의해 시행되었습니다. 100대 이상의 항공기가 카라카스를 급습, 레이다 시설과 군사시설을 무력화시키며 대통령의 관저를 급습했습니다. 경계 병력을 포함한 약 100명이 기습으로 희생되었고, 마두로 부부는 헬기로 미국에 압송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이중적 반응을 보입니다. 국외의 사람들은 잔치 분위기이지만, 국내 사람들은 미국의 침략을 규탄합니다. 미국의 투자로 석유채굴을 시작한 나라가 이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국유화 정책으로 유전을 빼앗고 지금은 원유를 중국에 수출했으니, 미국으로서는 박탈감을 많이 느꼈을 것입니다. 미중 패권전쟁의 맥락에서 자원문제뿐 아니라, 최근까지 일 년에 약 5만 명씩 펜타닐로 죽어가는 마약 전쟁, 그리고 심지어는 스마트매틱 부정선거 장비의 생산지로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선교지 방문을 위하여 페루와 칠레를 가본 적이 있습니다. 쿠스코에서 출발한 기차가 마추피추 산 아래 종점에 멈추었습니다. 역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영어를 잘 사용하는 중년 웨이터에게 식사를 주문하며 출신을 물었더니, 베네수엘라이며 거기서 교사를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며칠 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식당에서 만난 웨이트리스에게 주문하면서 또 출신을 물었더니, 역시 베네수엘라 출신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인구 4,200만 명 중 지난 20년간 인구의 약 20퍼센트인 790만 명이 고국을 떠나 남미와 미국으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이민자가 대체로 중산층이었다니 안타깝습니다.

 

8년 전 쿠바가 열릴 때, 쿠바 교단 목회자들을 위하여 영성 행사를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바다와 노인이라는 헤밍웨이 작품으로 유명한 수도 아바나에서도 사회주의 혁명의 그늘을 보았습니다. 30명의 교인과 함께 쿠바의 목회자들을 섬길 때,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명성은 무색했습니다. 가난하지 않은 목회자들은 하나도 없었고, 이중직을 가지지 않은 목회자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시내에는 50년 이상 된 골동품 택시가 즐비하였습니다. 아바나 공원의 한 중년남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돈 벌었다고, 시가를 문 채 과거를 반추했습니다. 식당 골목 라틴 재즈의 경쾌함이 오히려 슬펐습니다.

 

독재, 전제, 권위주의와 전체주의 정부가 왜 공동체 구성원에게 불행한가되묻게 됩니다. 얼마 전에 독서하고 토론하던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인간상이 사유함을 잃은 대중”(mass)이라고 했고, 분노한 그들이 사유하는 인간이길 포기하고 이데올로기와 폭력에 몰입된 자아를 상실한 폭민(mob)”이 되어 대중조작의 대상이 됨을 묘사했습니다. 아렌트가 포착한 나치즘과 볼셰비즘의 지도자 숭배, 과학으로 포장된 이데올로기를 예언으로 받는 무비판, 이데올로기의 합리성에 대한 공증을 포기하고 예언을 성취하려는 맹신 등은 전체주의가 유사 종교임을 제시합니다. 마크 릴라(Mark Lilla)도 역시 아렌트와 같은 지적을 합니다. 현대의 전체주의적 현상은 단지 인간학적 정치이론으로만 머물지 않고, 신비주의, 메시야주의, 천년왕국설과 같이 종교현상의 범주가 되는 신적 왕국을 이 범속한 세계에 건설하겠다는 환상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북한을 포함한 국내 정치나 국제정치의 현장에서도 정치를 종교적 수사로 포장하는 것은 우려됩니다. 인간 존엄성의 철저한 파괴는 정치가가 사제의 위치에, 일반 국민이 평신도 같은 위치에 이를 때에 생겼다고 폴 리쾨르는 말합니다. “인간은 인간일 뿐”(Human is only human)이라는 겸손한 전제가 중요합니다. 신비화된 지도자 숭배와 강제수용소, 황제숭배와 순교 행렬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늘 동전의 양면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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