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세상 읽기] 스마트폰이 저무는 시대, AI 안경이 던진 ‘생존’이라는 화두
페이지 정보
본문
인공지능을 이어받아 또 다른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인류의 손바닥 위를 지배했던 직사각형의 화면, 스마트폰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AI 안경(Smart Glasses)’이다. 이미 변화의 물결은 시작됐다. 메타(Meta)는 작년 9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했다. 이에 질세라 구글 또한 올 하반기 AI 안경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단 하나의 사실을 가리킨다. 이제 정보는 ‘고개 숙여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고개 들어 바라보는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기기가 가져온 세상은 실로 경이롭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던 ‘언어 장벽의 붕괴’다. AI 안경을 쓰고 외국인을 바라보면, 렌즈 너머로 상대방의 말이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자막처럼 떠오르거나, 귓가에 통역된 음성이 들린다. 해외 비즈니스 미팅에서 더 이상 통역사를 대동할 필요가 없고, 낯선 여행지에서 메뉴판을 해독하려 진땀을 뺄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상대를 눈으로 바라보고, 편안하게 모국어로 대화하면 된다.
조작 방식의 변화 또한 혁명적이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잠금을 해제하고 앱을 찾는 수고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줘", "이 노래 제목이 뭐지?"라고 말만 하면 눈앞의 AI 비서가 즉시 답을 내놓는다. 손은 자유로워졌고, 시선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세상을 향한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이다. 기술의 진보가 가속화될수록,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계층의 소외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바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다. 우리는 최근 맥도날드의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는 시니어들의 뒷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터치스크린조차 버거워하는 그들에게, 이제는 화면조차 없는 허공에 대고 AI와 대화해야 하는 세상은 당혹감 그 자체다. 젊은 세대에게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마법 같은 세상이지만, 노년층에게는 이 편리함이 오히려 ‘풍요 속의 빈곤’으로 다가온다. 남들은 안경 하나로 세상을 지휘하는데, 자신은 그 흐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박탈감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의미한다.
더 무서운 것은 생산성의 격차다. AI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AI를 비서처럼 부리는 사람들의 업무 효율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앞서 나갈 것이다. 정보 검색, 일정 관리, 통역, 데이터 분석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사람과, 일일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사람의 경쟁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이제 AI를 모르면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가 되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살아남기는 더 치열해졌다. 변화가 두렵고 배우는 것이 힘들지라도, 이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야만 한다.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는 주저할 시간이 없다. 정부와 사회 또한 시니어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느꼈던 좌절감을 다시 맛보지 않도록 세심한 교육과 배려를 준비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AI 안경을 쓰는 이 대전환기,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 학습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재호(유튜브 ‘굿모닝 바이블 잉글리쉬’ 운영자)
- 이전글[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지도자 숭배 26.01.12
- 다음글[한복만 목사의 TAX 이야기] 세금, 정부 보조금 허위 신고, 시민권 박탈로 이어진다 26.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