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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세상읽기] 작용과 반작용: AI 시대, 망치를 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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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12-24 | 조회조회수 : 1,9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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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한다. 밸런스를 맞추려는 우주의 법칙이랄까. AI 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사이, 그 반작용으로 러다이트 클럽(Luddite Club)도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인공기기에 환멸을 느끼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거대한 기술의 파도가 높게 칠수록, 그에 맞서는 인간 본연의 저항 또한 거세지고 있다.


2022년 12월, 뉴욕타임즈는 뉴욕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러다이트 클럽’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에드워드 머로우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매주 일요일, 스마트폰을 끄고 2G 폴더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숲으로 향했다. 낙엽 쌓인 흙바닥에 둥글게 앉아 도스토옙스키를 읽거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수채화를 그리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기술 문명에서 탈출한 '부적응자'들의 피난처 같았다. 당시 17세였던 설립자 로건 레인(Logan Lane)에게 이 모임은 밤새 꺼지지 않는 알림의 지옥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되찾는 개인적인 해방구였다.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그 '반작용'의 불씨가 처음 목격되었을 때, 그것은 아주 고요하고 평화로운 형태였다. 


그러나 3년 가까이 흐른 2025년 9월, 이 흐름은 행동으로 진화했다. 맨해튼 하이라인(High Line) 파크에 모인 Z세대는 더 이상 공원 구석에 숨어 책을 읽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숲속 요정 '노움(Gnomes)' 복장을 한 그들은 거리로 나와 "사과는 먹는 것이다(Apples are for eating)"라고 외치며 망치와 돌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산산조각 냈다. 'S.H.I.T.P.H.O.N.E.'이라 명명된 이 반기술 집회는, 개인의 심신 안정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가 빅테크 기업업을 향한 사회적 비판으로 변모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비지니스 인사이더: I went to an anti-tech rally, where Gen Z dressed as gnomes and smashed iPhones. Here's what I learned.)


2022년의 러다이트가 "내 스크린 타임을 줄이자"는 자성적 목소리였다면, 2025년의 러다이트는 "알고리즘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는 고발의 목소리다. 과거 학생들이 폰을 박스에 넣어두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지금의 시위대는 테슬라 매장 앞 보도블록에 일론 머스크를 비판하는 낙서를 하고, 애플 스토어 앞에서 모의 재판을 열어 기술 기업에 '유죄'를 선고한다. 기술이 제공하는 값싼 도파민과 편의성이 인간의 주체성을 어떻게 앗아가는지 고발한다.


이러한 급진적 변화의 중심에는 역설적이게도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한 몸이었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있다. 그들은 기술 발전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었지만, 동시에 그 부작용인 '주의력 착취'와 '고립'을 가장 뼈저리게 체감한 세대다. 


하버드 대학원생 가브리엘라 응우옌이 만든 ‘앱스티넌스(Appstinence)’ 같은 단체가 이 흐름에 합류한 것은, 이것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세대론적 각성임을 시사한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흘려보낸 시간이 내 인생에서 영원히 삭제된 시간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이들이 말하는 '성인식'이다.


물론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마트폰을 버릴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특권"이라는 비판은 유효하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 없이 생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폭주가 가속화될수록, 균형을 맞추려는 인간성의 회복 욕구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다.


우주는 균형을 원한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려 할 때, 인간은 숲으로 들어가 감각을 깨우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법을 다시 배운다. 2022년의 아이들이 책을 들고 침묵으로 저항했다면, 2025년의 청년들은 망치를 들고 시스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 '작용과 반작용'의 진자 운동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나는 기술을 도구로 쓰고 있는가, 아니면 기술에 사육당하고 있는가. 깨진 아이폰 파편 위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이재호(유튜브 ‘굿모닝 바이블 잉글리쉬’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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