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손주 자랑 바보 할아버지 > 칼럼 | KCMUSA

[이훈구 장로 칼럼] 손주 자랑 바보 할아버지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칼럼

홈 > 목회 > 칼럼

[이훈구 장로 칼럼] 손주 자랑 바보 할아버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5-08-25 | 조회조회수 : 1,651회

본문

나의 둘째 딸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큰아들은 네 살, 둘째 아들은 두 살이다. 어린 손주들은 딸과 사위 덕분에 거의 매일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여 주어, 우리 부부와 아주 친밀하게 지낼 수 있다. 손주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하고, 우리 부부 역시 손주들을 마음 다해 사랑한다. 영상으로 얼굴을 보는 시간이지만, 손주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은 하루의 피로를 모두 잊게 한다.


손주들은 특히 아빠와 함께 낚시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신기한 것은 물고기들의 이름을 또래보다 훨씬 잘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속에서 물고기를 보여 주면, 손주가 엄마 아빠보다 더 정확하게 이름을 말한다. 아직 글자를 읽지 못하는 나이지만, 눈으로 본 것을 금세 기억하고 입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집중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새삼 느낀다.


그런데 최근에 손주에게 작은 사건이 있었다. 함께 놀던 두 친구가 있었는데, 두 가정 모두 아빠의 직장 이동으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네 살짜리 손주에게는 친구와의 이별이 큰 충격이었다. 손주는 엄마에게 “우리도 이사 가야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딸은 “아니야, 우리는 이사 안 가”라고 대답했지만, 손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나중에 우리가 이사 가게 되면, 쓰레기통은 꼭 가져가야 해.”


손주가 말하는 ‘쓰레기통’은 둘째 딸이 살고 있는 시에서 각 가정마다 사용하는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말한다. 매주 두 번씩 쓰레기차가 와서 가정의 생활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데, 모든 집에는 똑같이 생긴 큰 쓰레기통이 비치되어 있다. 손주는 그 쓰레기통을 이사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신신당부한 것이다.


엄마가 신기해서 “왜 쓰레기통을 꼭 가져가야 하니?”라고 묻자, 손주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우리가 쓰레기통을 안 가져가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물속에 버릴지도 몰라. 그러면 물고기들이 아프잖아. 그래서 쓰레기는 꼭 쓰레기통에 버려야 해.”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생각해 내고, 물속의 물고기들이 다칠까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환경 문제를 어린 손자가 자기 언어로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손주 자랑을 많이 하게 되어 ‘손주 자랑 바보’가 된다고 흔히 말한다. 그래서 손주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야 한다는 농담도 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 말이 딱 맞다. 나는 손주가 보여준 순수한 자연 사랑, 물고기를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을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 그런 순수한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편리함과 효율을 이유로 수많은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야외에서 사용한 플라스틱 물병이 무심코 바다에 던져지면, 큰 물고기가 그것을 삼켜 생명을 잃기도 한다. 각종 비닐봉지가 강과 바다에 버려져 물속 생태계를 위협한다. 우리는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그런 장면을 종종 보면서도 쉽게 잊고 만다. 그러나 네 살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것이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물고기 친구들이 아프고 죽을 수도 있는 절실한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연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창세기 2장 15절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다. 즉,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돌보고 보존해야 할 창조 세계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탐욕과 무관심으로 이 귀한 세상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가.


손주의 말 한마디는 단순한 어린아이의 귀여운 발언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하나님의 메시지 같았다. 네 살 아이가 물고기의 아픔을 생각하며 쓰레기를 꼭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말할 때, 나는 마음 깊이 부끄러워졌다. 손주가 보여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인다.


나는 오늘도 손주 자랑을 하며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은 단순한 흐뭇함만이 아니다. 오히려 손주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깨워 주시는 귀한 교훈 때문이다. 앞으로도 손주가 건강하게 자라나,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 역시 손주를 본받아, 작은 것 하나라도 환경을 지키고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에 힘쓰는 할아버지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훈구 장로 G2G 선교회 대표

(저서: "크리스천 자녀교육 결혼을 어떻게 시켰어요?" "축복의 통로가 되는 삶")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01,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