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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의 목양칼럼] 옛 교우님과 함께한 30여 년 만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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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5-08-21 | 조회조회수 : 2,5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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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설립 후 오래지 않아 함께 하셨던 교우님이셨습니다. 지금의 나이는 98세입니다. 집사로 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기다가 권사로 임직받으셨습니다. 그러다가 30여 년 전에 사소한 일로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같은 도시 안에 살면서 간간이 이웃을 통하여 소식을 들었지만 만나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수 주일 전 환갑이 넘은 아드님이 주중에 교회를 방문, 담임 목사님에게 필자의 전화번호를 받은 후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가까운 시일에 목사님을 모셔서 꼭 음식을 대접하고 싶으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머니의 건강 상태부터 여쭤보았습니다. 많이 약해지셨다고 하셨습니다.


지난 목요일 점심에 약속 장소에서 C 권사님과 아드님, 그리고 따님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둘째 따님도 집사로 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기셨었습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가끔 머리에 스쳐 지날 때마다 기억이 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만나서 옛날의 기억을 살리며 반가운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요? 너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누가 말했던가요? 물건은 새 것이 좋지만, 친구는 옛 친구가 좋다고! 교인과의 관계도 같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었는데 전혀 거리감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반갑고 기뻤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98세 되신 권사님을 처음으로 두 팔로 안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정하시고 건강하시며 몸 관리를 잘해 오셨었는데 이전에 알던 권사님이 아니셨습니다. 등에는 살이 없어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몸으로 어떻게 삶을 유지하고 계신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큰 도움 없이 스스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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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님은 식사 중에 "어쩌면 이것이 목사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이런 자리를 갖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하셨는데, 마치 세상 떠날 준비를 하시려는 듯한 말씀으로 들려,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습니다. 그러시면서 "천국에 가면 먼저 가 있는 교우들에게 소식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왜 인생은 죽음을 만나는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죽음은 저주가 아니고 축복인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분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하실 뿐 아니라 이런 만남을 가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권사님은 30년이 지난 저와의 인연의 줄을 다시 잡으셨습니다. 


교회를 떠난 직분자가 전에 섬기던 교회의 목사님에게 다시 만남을 요청해 온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닙니다. 더구나 30여 년이라고 하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잊지 않고 이런 만남을 요청하고, 함께 식사하고 대화 나눈 것은 필자도 처음 경험하는, 귀하고 은혜로우며 행복한 만남이었습니다. 사랑하는 C 권사님의 남은 생애가 더 빛나길 축복합니다. 


2025년 8월 21일 이상기 목사

(평강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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