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운동이 준 작은 깨달음, 피클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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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 점점 쇠약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요즘은 100세 시대라 불릴 만큼, 건강을 잘 관리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70대에도 경로당에 가면 청년 같은 막내 취급을 받을 정도로 활기차게 살아가는 시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니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부부가 함께 땀 흘리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운동은 더욱 매력적이다. 나에게는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 피클볼(Pickleball)이 그런 운동 가운데 하나였다. 단순히 건강을 지켜주는 운동을 넘어, 생활 속에서 작은 깨달음을 주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피클볼의 유래
피클볼은 소박하게 시작해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했다. 그 기원은 USA Pickleball 공식 웹사이트(History of the Game)의 자료에 잘 정리되어 있다.
미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포츠 중 하나가 바로 피클볼이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의 장점을 고루 담아낸 이 경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출발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했다.
1965년 여름, 워싱턴 주 시애틀 근처 배인브리지 아일랜드(Bainbridge Island)에서 세 명의 아버지가 가족들과 함께 즐길 새로운 놀이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배드민턴 코트를 이용하고, 탁구 라켓을 크게 변형한 패들과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공(위플볼)을 가져다 놓아 시범 경기를 시작했다. 창시자는 조엘 프리처드(Joel Pritchard, 당시 하원의원), 그의 친구 빌 벨(Bill Bell), 그리고 이웃 바니 맥캘럼(Barney McCallum)이었다. 가족과 이웃을 위한 단순한 놀이가 점차 확산되며 하나의 새로운 스포츠가 탄생한 것이다.
운동이 주는 즐거움과 활력
오늘날 피클볼은 단순한 규칙과 작은 코트, 그리고 빠른 몰입감 덕분에 미국 전역으로, 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라는 별칭과 함께 각종 대회와 리그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특히 은퇴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즐기며 세대를 잇는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시니어 부부가 함께 즐기며 땀을 흘리고, 운동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나 역시 아내와 함께하는 운동으로 피클볼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피클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약 3년 전, 딸 집에 놀러 갔을 때였다. 딸 가족이 아이들과 함께 피클볼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내가 라켓과 공을 구입해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매주 일요일 저녁 식사 후 테니스 코트장에 가서 한 시간 정도 피클볼을 치는 것을 습관으로 삼았다. 때로는 보슬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을 들고 코트에 설 정도로 피클볼 애호가가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부부가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즐거움, 그리고 운동 후 샤워로 땀을 씻어낼 때 느끼는 상쾌함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부부를 매주 피클볼로 이끌었다.
작은 사건이 준 깨달음
우리가 운동하는 코트장은 시에서 개발한 공용 테니스장으로, 무려 16개의 코트가 있다. 일요일 저녁 7시 30분쯤 가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어제도 빈자리가 없어 약 20분 동안 테니스장 둘레를 두 바퀴 걸은 후에야 자리가 나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코트 자리를 잡는 것도 작은 작전이 필요하다. 먼저 차지한 사람이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늘 반대 방향으로 흩어져 코트를 찾는다. 누가 먼저 빈 코트를 발견하면 서로 그곳으로 달려가 함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날도 같은 방식으로 코트를 찾으러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는데, 내 반바지가 자꾸 흘러내리는 바람에 불편을 겪었다. 한 손으로 바지를 붙잡고 바쁘게 걷다 보니 결국 빈 코트를 찾지 못했다. 차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허리끈이 풀려 있었던 것이다. 끈을 단단히 묶고 다시 걸으니 그제야 불편함 없이 평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징조가 보일 때는 잠시 멈추어 원인을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점검하지 않고 바쁘게만 살다 보면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겨자씨의 비유와 신앙적 메시지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마태복음 13:31-32)
피클볼의 역사는 작은 아이디어와 소박한 시작이 어떻게 세대를 이어 주고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는 곧 겨자씨의 비유와 같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작은 기회와 은혜의 순간을 소중히 붙잡을 때, 그것이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열매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피클볼을 창시한 이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피클볼을 소개하고, 감사와 행복한 삶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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