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광복 80년과 소프트 파워의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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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할리웃 보울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참석했습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엘에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습니다. 우리 부부를 그곳에 초청한 서울대 간호학과 출신 제자 덕에 동문 피크닉에도 참여하여, 자주 만날 수 없었던 목사님, 교회의 장로님 부부와 집사님 부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문화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주 중에 단연 백미는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였습니다. 엘에이 필의 협연을 통해서 조성진 씨의 연주는 아름답게 할리웃의 밤하늘에 퍼졌습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작곡한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은 그에 의해 완벽하게 연주되어, 그곳에 모인 일만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피아노 건반 전체를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조성진 씨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으며, 완급과 강약을 변화시키면서 연주되는 곡은 얼마나 사람들의 심금을 깊이 울려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수많은 인종이 함께한 그 장소를 감동의 선율로 압도하였습니다.
어제는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13번이나 연주하신 윤임상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광복 8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열며 “한국의 영혼”(The Spirit of Korea)이라는 주제로 8월 2일 디즈니 홀에서 성황리에 연주를 마쳤습니다. 윤 교수님은 백낙금 선생이 이번 연주를 위하여 창작한 “내 백성을 가게 하라”(Let My People Go)라는 서사적 합창을 감동적으로 지휘하셨습니다. 그 서사적 작품은 김구, 안중근, 유관순, 안창호와 윤동주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서 교포와 다른 민족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윤 교수님은 민족적 수난기에 “신앙이 우리 민족을 얼마나 위로했고 힘을 주었는지 작품을 통해서 알았다” 고백하였습니다. 저는 윤 교수님이 음악가, 신앙인의 모습과 함께 애국자의 면모를 가지셨음을 보고 기뻐했습니다.
문화적 영향력은 타민족의 감성도 울렸습니다. 제가 들은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결하여 편곡한 김경희 선생의 작품은 민족 정서와 신앙을 연결한 문화적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두 곡은 마치 묘하게 조화를 이룬 형제나 자매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악 속에서 고난을 이기던 선열의 애국심을 묵상하게 되니, 우리도 감동이지만 참여한 타민족과 이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라크마(LAKMA) 합창단과 관현악단이 ‘한국적 작품을 좋아한다’는 교수님의 설명에, 문화적인 설득력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8월에 들어 남가주, 특히 LA에서 이처럼 한국인이 앞장선 문화적 행사를 통해 타민족에게 다가서게 되니, 문화적 힘의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전의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세계에 두각을 나타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하드 파워(hard Power) 못지않게 소프트 파워(soft power) 곧 연성권력으로 세계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백범 김구 선생이 한 세기 전 미래를 바라보며 소망했던 것이 성취되었다 생각됩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조선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 했으며, 우리나라는 “힘으로 남을 누르는 나라가 아니라 문화로써 세계를 감동시키는 나라”가 되어야 함을 소망했습니다.
이민 사회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았습니다. 수년 전 로즈 보울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하며 미국의 젊은이를 매료시킨 것처럼, 음악, 영화, 드라마, 문학 등 한국 문화의 힘이 계속 저변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정치, 군사, 경제적 힘보다, 매력으로 설득하는 문화적 힘이 열방을 향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동행하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와 민족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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