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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록’이라고 쓰고 ‘기도 수첩’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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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9-23 | 조회조회수 : 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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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이나 방송, 일상에서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더 깊고 본질적인 의미를 재치 있게 전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건네는 ‘밥 먹었니?’라는 무뚝뚝한 말을 ‘사랑한다’라고 읽으면, 무심한 듯 건네는 그 한마디 안부 속에 담긴 아버지의 따스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 만든 주소록이 바로 그렇습니다. 지난 8월 한 달간 교회 입구에서는 교우 여러분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낯설어하시면서도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 주신 덕분에, 그 사진들이 모여 이 주소록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을 찍고나서 주소록이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하며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셨을 텐데, 그 주소록이 오늘 아침 여러분의 전화기 속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이번 주소록은 PDF 파일 형태로 제작하여 성도님들께서 전화기에서 편리하게 직접 활용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름과 전화번호 외의 다른 상세 정보는 싣지 않았습니다. 한 페이지에 개인별 혹은 가정별 사진과 함께 전화번호만 깔끔하게 담았고, 화면에 있는 전화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전화가 바로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주소록을 만들면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제대로 적혀 있는지 자세히 살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소록에 담긴 교우들의 얼굴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보고 또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레 사진 속에 담긴 성도님들의 얼굴 너머의 인생마저 가만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무더위에 잘 지내고 계실까?’, ‘여행을 가셨다는데 무사히 잘 다녀오셨을까?’, ‘아프셔서 몇 주 교회 못 나오셨는데 다 나으셨을까?’, ‘한창 치료받고 계시는데 잘 이겨내고 계실까?’ ‘한창 불경기라는데 사업은 잘 되시는지?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그 궁금증과 안부는, 어느새 한 편의 온전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화기 속 주소록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안에 계신 분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마음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는 분으로 소개합니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이사야 43:1) 하신 말씀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은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품어 준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지신 ‘십자가’를 ‘사랑’이라 읽어내듯, 그 사랑으로 부름을 받은 우리도 주소록 속에 담긴 얼굴을 보며 그 이름을 부르며 기도할 때, 이 주소록은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 앞에 세워 드리는 거룩한 중보의 도구가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의 전화기 속에 담긴 주소록을 펼칠 때마다 그저 이름과 전화번호만 찾지 마시고, 사진 속 교우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며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작은 습관이 쌓여갈 때, ‘주소록’이라 쓰인 이 작은 파일은 어느새 서로를 향한 사랑을 담은 ‘기도 수첩’으로 읽히며 우리 교회를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로 빚어 갈 것입니다.


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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