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세 살배기 손주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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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손주가 다섯 명 있다. 손주들이 방학을 맞이하면 딸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아직 여행하기에는 어린 손주들이 있는 딸 가정에는 아내와 함께 직접 찾아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둘째 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세 살과 다섯 살 된 손주들이 있어서 몇 달 전부터 가기로 약속하고 비행기표도 미리 예약해 두었다.
내가 사는 텍사스 남부에서 둘째 딸이 사는 미네소타 로체스터까지는 비행기를 두 번 타고 가야 한다. 보통 6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이번에는 갈아타는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고 비행기까지 3시간 이상 연착되는 바람에 집을 나선 지 12시간 만에야 딸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무척 지겹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손주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긴 기다림도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었다.
딸의 집에 머무는 동안 가족과 함께 낚시도 하고,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가든도 방문하고, 외식도 했다.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백야드 텃 밭에 과일 나무도 심었다.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 살 된 막내 손주와 단둘이 함께했던 시간이었다.
어느 날 딸과 아내는 장을 보러 가고, 다섯 살 된 큰손주와 사위는 가까운 곳으로 낚시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세 살배기 막내 손주는 집에 있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집에 남아 손주와 함께 있기로 했다.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외손자가 엄마 아빠를 따라가지 않고 나와 함께 있겠다고 하니 내 마음이 무척 흐뭇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가장 어린 친구인 세 살배기 손주와 약 세 시간 동안 레고도 만들고 책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레고를 만들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부분은 혼자서도 제법 잘 만들었다. 또 그림책을 들고 와 읽어 달라고 했다.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데도 책의 내용을 거의 다 외우고 있어서, 내가 책장을 넘기면 읽어 주기도 전에 손주가 먼저 다음 이야기를 줄줄 말해 버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렇게 둘이서 보낸 세 시간이 이번 방문 중 나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왜 그렇게 행복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린 손주가 할아버지를 믿고 엄마 아빠를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나이 든 할아버지와 단둘이 남아 함께 놀아 주었다는 사실이 무척 흐뭇하고 고마웠기 때문이다. 세 살배기 손주는 나의 손주이면서 동시에 나의 가장 어린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 내 생각과 계획대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뻐하며 하나님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면 하나님께서도 얼마나 기뻐하실까. 기도하고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시간은 우리에게도 귀하지만, 하나님께서도 자녀인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기뻐하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지 않을까.
세 살 된 손주가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을래” 하는 마음으로 내 곁에 머물러 준 것이 그렇게 기뻤던 것처럼, 나 역시 “하나님, 저는 하나님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남은 시간도 손주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귀한 손주들을 딸 가정에 허락해 주시고 건강하게 자라게 해 주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하다. 앞으로도 손주들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총명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화려한 꽃이 있는 곳을 찾아갔던 시간도, 특별한 일을 했던 시간도 아니었다. 세 살배기 손주와 단둘이 앉아 레고를 만들고 책을 읽으며 함께 웃었던 평범한 세 시간이었다.
어쩌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바로 그 시간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의 믿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에 있을까.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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