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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정 박사의 정신건강 이야기]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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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3-02 | 조회조회수 : 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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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희 지음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은 칼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



"조울병 의사가 들려주는 조울병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나는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할까? 하며, "매일매일 널뛰는 감정으로 힘든 사람에게 바치는" 책이다. 


출판사 새움에서 나온 이 책은 참으로 진솔하고, 정직하며, 과학적으로 조울병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자그마한 에세이집이다. 조울증 환자는 물론 그의 가족이나 친구가 읽는다면, 이 만성병을 갖고도 꿈을 이루어 나갈 한 인간을 편히 도와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저자의 남편은 정말 백만 불 짜리 사나이로, 한국의 모든 남편들에게 꼭 이 분처럼 배워서 행하라고 추천하고 싶은 역활 모델이다. 남편 될 사람을 대학교 초년생일 때에 만났던 저자의 행운이 없었더라면 이처럼 좋은 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 조울병이야!“를 마치 “빈혈이야!”라고 말한 것처럼 받아들여 주어서,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켜 준 사람이다. 저자가 용기를 내어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 가도록 일깨워 준 당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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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학교 졸업 후에 훌륭한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육 년간 생기발랄한 직장인으로 일했다. 그리고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 의과 전문 대학에 응시하여 합격했다.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과 어울려서 열심히 공부하고, 힘들 때면 존경하는 교수를 찾아가서 도움도 받으며, 졸업에 성공했다. 도중에 정신 분석 치료를 2년간 받으며, 자신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많은 존경심을 느꼈다.


그리고서 자랑스러운 정신과 수련의가 되어서, 입원한 정신과 환자들은 물론 밤에는 응급 환자들을 다루는 당직 의무도 감당해냈다. 자신이 열심히 치료해서, 상태가 많이 회복되어서 퇴원하는 환자들을 보며,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어떤 환자들은 ”선생님이 너무나 잘 치료해 주셔서, 앞으로 선생님에게 외래 치료를 계속하고 싶어요”라는 부탁까지 들을 때면, 더 큰 보람을 느꼈다.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책임을 저야 하는 적은 숫자의 수련의들에게 갑자기 누구인가 떠나 버리는 경우, 나머지 의사들의 책임은 커진다. 왜냐하면 도움이 필요한 입원 환자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가 사용할 휴가 시기가 되었다. 입원 병동이 바쁘다고 해서 이미 예정되어 있는 휴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일년 차 수련 의사에게는 지혜롭지 않다. 


다음 날 휴가를 떠나기 위해서,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자신의 환자들에 대한 자세한 메시지를 적고 있던 저자에게 chief resident의 전화가 왔다. 휴가를 떠난 후, 만일 병원에서 그녀가 필요한 경우에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달라는 전화였다. 그녀는 이를 거절하고, 병원을 나왔다.


휴가란 직장인이 일과 관계된 온갖 의무나 걱정으로부터 훌훌 벗어나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새로운 기분으로 에너지를 충전시켜서 돌아 올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마치 당직을 계속 시키듯이 수련의의 연락처를 요구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노동법이 있다면, 이 상급 레지던트야말로 법을 어긴 셈이다. 물론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세계에서, 응급시에 대부분의 수련의들은 이틀이나 사흘 간 두세 시간의 수면만으로 버티는 적도 있다. 


동료들을 위해서 휴가를 취소하거나, 시간을 바꾸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서로에게 부탁을 하지, 절대로 위에서 아랫 사람에게 억압하고 강요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존중심을 잃어 버린 상급 수련의가, 비록 아래 학년이지만, 꼭 같은 “수련”을 받고 있는 주니어 의사를 “관리”하려는 병원을 저자는 떠났다. 


나는 이에 대해 안경희 의사님께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이제 훌륭한 교육자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과 질병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치료 방법들을 가르치게 되었으니, 국가의 이익이 된 셈이다.


조울병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낯선 정신과 질병이다. 이 병은 주요 우울증과 비교해서 더 심각하고, 더 재발이 잦고, 더 자살이 많은 위험한 우울병이다. 조증이 한 번이라도 있던 경우, 이를 제1형 조울병, 경조증이 일생 동안에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이를 제2형 조울병이라고 부른다. 조증(manic)을 경험하는 개인은 기분이 양양해져서, 모든 일에 자신감이 올라가고, 세 시간만 잠을 자도 기운이 넘치며, 과대망상까지 갖게 된다. 엉뚱한 사업을 시작하거나, 도박, 지나친 소비나 위험한 성관계를 맺는다. 경조증(hypomanic) 상태에는 조증보다는 다소 약하지만, 양양한 기분과 과대망상이 약 4일 정도 유지된다.


제2형 조울병은 우울한 날들과 그렇지  않은 날들의 비율이 37:1로서, 주로 끔찍한 우울 증세가 계속되니, 자살의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병원을 박차고 나온 후에 그녀는 자신에게 친절했던 정신과 교수를 찾아 갔다. 자신의 치료를 위한 훌륭한 발걸음이었다. 200만 원의 봉급을 받는 처지에, 300만 원 어치의 원피스를 사는 자신의 증상을 고쳐야 했다.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높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케이 제이미슨 박사의 일기를 읽으며, 다시 생각을 고쳤다. 정신과 약물은 고혈압, 당뇨약처럼 증상을 완화시켜줄 뿐이지 원인을 제거해 주지는 않는다. 폐럼이나 상처처럼 병균을 잡아 죽이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물을 편하고 똑똑히 바라 보려면 늘 안경을 써야 되는 것처럼,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약물을 계속 써야 한다. 서서히 약을 동반자로 생각하게 되었다.


“기분은 파도처럼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고, 약은 기분의 극단을 막아 주는 최전선의 방파제와 같다. 그러니 약에 대해 너무 큰 두려움도, 너무 큰 기대도 갖지 말자. 나는 나고, 약은 나를 도와 준다. 그렇게 함께 가는 거다.”


수잔 정 박사(소아정신과 전문의, 전 카이저병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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