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근심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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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한국에서 오신 권수영 교수님께서 주일 설교를 하셨습니다. 감리교 목사이자 대학교수로,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와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또 다양한 방송 출연을 통해 상담과 코칭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하시는 권 교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의 근심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권 교수님께서 본문으로 주신 요한복음 14장에는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라’라고 하셨는데, 제 마음에는 근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뵙는 분인데, 주일 강단을 맡겨도 되나? 강의차 한국에서 바로 오셨다는데 혹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셨으면 어떡하나?’ 하는 근심이었습니다.
그런 근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둘씩 사라졌습니다. 권 교수님은 건강한 모습으로 미국에서의 일정을 마치셨고, 드디어 주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권 교수님을 모시러 가는 중에 또 다른 근심이 생겼습니다. ‘주일 1부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7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차 때문에 늦게 일어나시면 어떡하나? 카톡으로만 연락하는데 연결은 잘 될 수 있을까? 길이 막히지는 않을까?’ 하는 근심이었습니다.
그런 근심을 안고 교통 체증을 대비해서 조금 일찍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주일 이른 아침, LA 한인타운으로 가는 길은 한산했습니다. 1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웨스턴 길에서 내려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맥도날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사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어떤 커피를 시킬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냥 스몰 커피를 달라고 할까 아니면 시니어 커피를 시킬까? 달랑 커피 두 잔 시키면서 시니어 디스카운트까지 받으면 미안하잖아. 아니지, 그래도 얼마라도 싸게 살 수 있으면 좋잖아? 물론, 시니어 커피 시킬 나이는 지났지만 그렇다고 나이 든 티를 낼 필요는 뭐가 있어, 그냥 기분 좋게 스몰 커피 시키는 게 젊게 사는 길이야. 생각해 봐 시니어 커피 두 잔 시키고 크레딧카드로 계산하면 수수료 빼고 뭐가 남겠어?’
스몰 커피와 시니어 커피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직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올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투 스몰 커피 플리즈!” 결국, 조금 비싼 값을 내고서라도 당당하게 제값 내고 커피를 마시겠다는 결론과 함께 주문을 마쳤습니다.
다음 창구에서 얼마를 내라는 점원의 소리를 뒤로 하고 차를 빼는데, 점원이 불러 준 금액이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요즘 다른 할인 행사가 있나?’ 생각하면서 카드 대신 지갑에 있던 현금으로 계산을 마쳤습니다. 2달러도 채 안 되는 커피였지만, 부드러운 커피 향이 차 안에 스며들자 제 마음도 덩달아 흐뭇해졌습니다.
아침 커피의 향긋함을 누리면서 교수님께서 머무시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약속 시간이 15분이나 남았는데 교수님은 벌써 나와 계셨습니다. 교수님이 앉으실 자리를 정리하는데 맥도날드에서 주문한 커피 영수증이 손에 잡혔습니다. 그 영수증에는 선명한 글씨로 ‘2 Senior Coffee(시니어 커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영수증을 보자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분명히 ‘투 스몰 커피’를 주문한 것 같은데, 제 발음이 나빠서 점원이 잘못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제가 머릿속으로는 ‘스몰 커피’를 생각하면서 입으로는 ‘시니어 커피’라고 말했는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라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발음이 나쁜 것도 그렇고, 생각 따로 말 따로 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을까?’ 하는 근심거리를 안고 주일 예배를 드리다가 ‘그리스도인의 근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누리며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근심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고 맡길 때, 우리는 주님 안에서 평안을 누릴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권 교수님은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혼자서 근심하지 마십시오!’
혼자서 근심하지 말라는 말씀이 오랫동안 마음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근심할 것이 참 많은 세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여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고, 우리의 근심마저도 품으시고 함께 근심하시는 예수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혼자서 근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혼자서 근심하지 말라’라는 그리스도인의 근심하는 법을 배운 복된 주일이었습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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