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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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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8-01 | 조회조회수 : 9,5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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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미국인 회중이 모이는 한 연합감리교회 건물을 빌려 한인 교회를 개척하면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한인 교회 개척을 위해 교회 건물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 교회는 오랜 논의 끝에 마지막 절차로 개척 교회를 시작하겠다는 저를 인터뷰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그 교회를 방문했을 때, 목회자와 10여 명의 평신도 리더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보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낯선 백인들 틈에서 잔뜩 긴장한 채 인터뷰에 임하는 저에게 그분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 달에 얼마씩 렌트비를 낼 수 있을까? 유틸리티 비용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안전을 위한 책임 보험은 따로 들어야 하나? 사무실 공간을 빌려달라고 하면 얼마를 더 달라고 할까?’ 제가 이런 고민을 안고 회의에 들어왔다면 그분들의 관심은 전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재정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았고, 그렇게 크지 않은 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교회를 빌려주면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안전과 청소 문제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이곳에 왜 한인 교회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선교적 필요성을 질문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신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던 제가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그저 저를 목회자로 부르신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역이라면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할 것이라는 열정만 전했을 뿐이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얼떨떨한 모습으로 교회를 나서는데, 평신도 대표를 맡은 여성 교우가 제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껏 쓰세요!” 그 말대로 그분들은 예배당뿐 아니라 사무실도 내주었고, 애지중지하던 부엌 창고 열쇠도 맡기면서 교회 시설을 마음껏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다른 교회로 파송 받을 때까지 정말 행복하게 사역했습니다. 미국 교회로부터 렌트비 내라는 요청 한 번 받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또 올려 주면서 서로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나누었습니다. 


주일마다 한국 음식을 해 먹었기에 냄새도 나고, 불편했을 텐데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 준 미국인 회중을 생각하며 한인 교회 같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선교적 마음을 가지고 할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우리 교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한인 이민자가 줄고, 교회는 고령화되는데 지역적으로 한인이 적은 곳에 있는 우리 교회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어떤 환경에서든 교회로서의 사명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짓게 되었습니다. 그 사명은 ‘섬기는 사명’입니다. 우리 교회는 ‘다음 세대를 섬기는 교회, 이웃을 섬기는 교회, 이민 사회를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곳저곳에서 교회의 시설을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6년 전에 시작된 ‘예꿈한국학교’는 이미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전수하는 소문난 학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부터 주중에는 교회 시설을 사용해서 유치원이 시작되었습니다. ‘CBS(Community Bible Study)’라는 성경 공부 모임을 교회에서 하면 좋겠다는 요청이 지난 임원회에서 통과되어 9월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홈리스 선교 단체에서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연습 장소가 필요하다는 요청도 왔습니다. 교우 한 분이 원장으로 있는 학원에서 주최하는 ‘달란트 콘서트’를 우리 교회에서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글 스카우트 학생들이 교회 마당에 텃밭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교회에 나오는 학생이 중심이 되어 교회 사무실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역사 자료 보관을 위한 책꽂이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런 요청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앞섭니다. 교회 건물을 쓰니 안전사고의 위험이 따릅니다. 문단속과 청소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섬기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우리 교회가 다음 세대와 이웃, 그리고 이민 사회를 섬기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우리 교회 시설을 쓰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마음껏 쓰세요!”라고 말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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