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를 때 마시는 한 방울의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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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가주의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우리 교회가 있는 곳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으로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이제 그런 말은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이곳도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고 습한 여름을 지나야 합니다.
남가주는 더위뿐 아니라 오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상학자들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에는 22년 넘게 가뭄이 계속되는데, 이 가뭄은 1,200년 만의 큰 가뭄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가뭄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처럼 거창한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고, 뉴스에 보도되는 바닥을 드러낸 강과 저수지의 사진을 볼 때면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만나면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하지만, 날씨에 대해서 어떤 조처를 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미국의 유명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이상 기후와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뾰족한 대책을 내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작 한다는 이야기는 집 정원에서 물을 많이 먹는 잔디나 식물을 없애고, 정원에 주는 물도 일주일에 2회 미만으로 줄이라는 정도입니다. 스프링클러 사용도 주소 끝자리 번호에 따라 요일별로 나누어서 하고, 스프링클러를 트는 시간도 8분 내로 하라고 하면서 그것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틀어 물 증발을 최대한 막으라고 합니다.
로스앤젤레스시에서는 물 절약이 잘 이루어지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수도 전력국 직원들이 ‘수도 경찰(워터 폴리스, Water Police)’로 나서서 절수 지침을 어긴 사람들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오랜 기간 계속된 남가주의 물 부족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후 변화도 큰일이고 오랜 가뭄도 숙제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산불이 캘리포니아를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가 되었습니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작은 불씨라도 떨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번집니다.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면 엄청난 면적을 태울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올여름에도 캘리포니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캘리포니아 최북단 클래머스 국유림에서 발생한 산불은 올해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규모로 ‘매키니 파이어(McKinney Fire)’라는 이름까지 얻었습니다.
지난 7월 29일 일어난 이 산불은 단 며칠 만에 수백 채의 건물과 6만 에이커 이상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소방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고온 건조한 날씨로 산불 진화에 애를 먹었지만, 산불이 일어난 지 닷새 만에 내린 비로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비야말로 타들어 가는 불을 속절없이 바라보아야만 했던 사람들을 위로하는 단비가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남가주의 여름과 같은 삶을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메마른 시기를 지나야 할 때도 있고, 산불을 만나 불구덩이 속에서 헤맬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절박할 때 만나는 작은 위로와 도움은 모든 것이 풍요로울 때 주어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갈시일적 여감로(渴時一滴 如甘露)’라는 말이 있습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로 ‘목마를 때 마시는 한 방울의 물은 이슬과 같다’는 뜻입니다. 갈급한 심령에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그 은혜는 우리의 마음을 적시는 이슬 같은 은혜가 될 것입니다.
올해도 우리 교회에서는 장학금을 통해 그 이슬 같은 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20여 년간 장학위원회를 통해 장학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이 장학금은 목마를 때 마시는 한 방울의 물처럼 배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 왔습니다.
오늘 2부 예배 시간에 장학위원회에서 선발한 7명의 장학생과 몽골과 카자흐스탄, 멕시코 코치미의 학생들에게 주는 선교지 장학생, 그리고 다음 세대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과 우리 교회 영어부를 위해 총 $47,000의 장학금이 지급됩니다.
20여 년 전 귀한 뜻을 품고 장학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동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장학금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은혜의 이슬이 되고, 교우들의 기도가 가득 담긴 격려의 이슬이 되어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해결하는 생명의 이슬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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