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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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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9-14 | 조회조회수 : 4,0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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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군 생활을 하다가 휴가 나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참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있을 때 한쪽에서 누군가 장작불을 피웠습니다. 장작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연기를 피해 사람들은 자리를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쭉 펴서 장작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대 가면 여름에도 추위를 타나 보다.” 그 말과 함께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그때가 한여름임을 알아챘습니다. 


세상은 한여름의 열기로 가득했을지 모르지만, 군대라는 제한된 상황에 갇혀있던 제 마음은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지 수십 년 만에 추운 여름을 다시 맞습니다. 세상은 덥다고 난리인데, 그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한겨울의 추위를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여름을 춥게 만든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세상은 3년째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생계의 어려움을 당한 이들은 막막함이라는 추위를 지나야 하고,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수선함이라는 얼음판을 건너야 합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에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맞는 한여름의 추위만큼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도 우리의 마음을 차갑게 만듭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난 앞에 우리의 마음은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과 같이 살림살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일들이 우리를 쪼그라들게 만듭니다. 


그래도 여름은 여름입니다. 여름은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추운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한여름 햇빛은 찬란하게 빛나며 대지를 뜨겁게 달굽니다. 여름의 열기가 세상을 덮을 때쯤이면 과일은 한여름 햇살을 한껏 머금은 채 영글어갑니다. 한여름의 햇볕은 떠름한 맛을 단맛으로 바꾸고, 따뜻한 여름 바람은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여름이 바꾸어 놓은 세상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비록 추울지라도 지금 우리가 지나는 여름도 위대한 여름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맞은 추운 여름이 지나면 더욱더 단단해진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버틸 힘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추운 여름을 따뜻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기도의 소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우리를 얼어붙게 하는 추위는 물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믿음은 꽁꽁 얼어붙은 세상이 곧 녹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버티라고 말합니다. 


8월 한 달간 교회 예배당에는 여름 추위를 녹이는 기도 소리가 뜨겁게 울려 퍼졌습니다. 예배당이 기도 소리로 채워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특별히 지난 한 달은 주일 2부 예배를 마치고 ‘속장 기도회’로 모여 부르짖으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속장 기도회’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은 모든 교우가 모여 기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끝날 듯하면서 끝나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이 기도의 자리로 나왔습니다. 어수선한 현실을 사는 두려움과 염려가 기도의 자리를 채웠습니다. 아픈 이들의 쾌유를 바라는 절실함과 가정과 자녀를 위하는 간절함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투철함도 기도의 자리에 모였습니다. 


특히 지난 주일에는 개학을 맞는 학생들을 위해 ‘백 투 스쿨 기도회’로 모였습니다. 영어부 찬양팀의 찬양으로 시작된 기도회는 중고등부를 맡고 계시는 한애리 전도사님의 말씀 후에 유치부와 주일학교, 중고등부와 대학생을 대표해서 각 부서 학생들이 나와 기도했습니다. 


그 후에 그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우들이 학생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배움의 때를 지나는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돌보심과 은혜가 가득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지혜를 주시고 갈수록 험해지는 세상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이 시대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여름 햇볕이 과실을 무르익게 하듯이 기도가 우리의 상한 마음과 심령을 회복시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추운 여름이 지나면 우리도 말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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