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지는 가장 높은 곳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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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에 리모델링한 교육관 1층에 있는 7번 방은 그야말로 다목적 실입니다. 새롭게 단 LED 형광등이 깨끗한 마룻바닥과 산뜻한 색상으로 페인트칠한 벽을 밝게 비치면서 만들어내는 환한 공간에 들어설 때면 마음부터 상쾌해집니다.
30~40명이 식사와 더불어 친교를 나눌 수 있도록 두 개의 교실을 터서 만든 큼지막한 공간에서는 주일학교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도 하고, 탁구도 치고, 선교회와 속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과 회의도 합니다.
지난 주일 오후에는 이곳에서 ‘베이비 샤워’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시아 엄마의 둘째 출산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우리 교회 청년부에서부터 신앙생활을 하다가 결혼해서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임청아 집사님께서 앞장서서 행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학부모, 영어부 교우들과 속회 식구들이 그 즐거운 자리에 동참했습니다. 저는 갑자기 시작된 목감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만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하늘색 풍선이 사내아이임을 짐작게 했습니다. 케이크와 과자를 담은 바구니는 물론 벽에 붙은 큼지막한 배너에도 ‘It’s a boy’라는 문구를 새겨놓고 시아의 남동생이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정갈한 화분과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 풍성한 과일 바구니가 이날의 모임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 아빠들에게서는 생명의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역사가 오랜 교회, 한 교회에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교우들이 많은 교회이기에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교회 한쪽에서 이렇게 젊음의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의 희망을 보게 됩니다. 더구나 이날 베이비 샤워의 주인공인 시아네를 비롯해서 이날 잔치에 참석한 젊은 부부는 대부분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가족들이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젊은 가정이 교회를 많이들 떠났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 교회에도 팬데믹 기간에 타주로 이사한 젊은 가정이 여럿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빈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제이든, 레베카, 사무엘, 로빈, 로완, 로간, 리아, 시아, 배 속에 있는 시아 동생” 이들이 누구인 줄 아십니까? 팬데믹으로 멈췄던 예배가 회복된 지난해 6월 이후 우리 교회에 새롭게 등록해서 다니는 학생들과 아이들의 이름입니다.
이 아이들을 둔 젊은 엄마 아빠들을 비롯해서 우리 교회의 가족이 되기로 등록하신 여러 가정을 환영하는 ‘새가족 환영회’를 10월 9일 주일 오후에 가지려고 합니다. 이번 새가족 환영회가 그동안 팬데믹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활기차고 생명의 기운 넘치는 교회가 되는 기회가 될 줄로 믿습니다.
새가족 환영회를 할 때마다 나무를 통해 교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나무의 오래된 가지는 먼저 났다고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가지일수록 밑에 자리를 잡고 다른 가지들이 자랄 수 있도록 떠받치는 역할을 할 따름입니다. 그 오래된 밑가지를 발판으로 새 가지가 위에서 나면서 나무는 자라기 마련입니다.
건강한 교회도 그런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오래 교회에 다닌 사람들, 먼저 믿은 신앙의 선배들이 밑가지가 되어 교회를 떠받칩니다. 이분들은 이 교회에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높은 자리는 새로운 교우들에게 기꺼이 내줍니다.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자라는 새로운 가지가 햇볕과 바람, 비를 마음껏 맞는 것처럼, 새 교우들은 가장 높은 곳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복을 풍성히 누리면서 성숙한 믿음의 신앙인으로 자라게 됩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그 가지들이 다시 밑가지가 되어 또 다른 새 가지들이 위에서 자라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교회는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입니다.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한 교회를 오랜 기간 섬기시는 교우들이 많은 교회입니다. 교회를 오래 다닌 분들이 높은 자리가 아니라 낮은 자리의 밑가지가 되어 새 가지가 위에서 자라도록 돕는 좋은 전통을 지닌 교회입니다.
새로운 가지가 가장 높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새 교우들이 낮은 곳에서 든든히 떠받치는 밑가지와 같은 신앙의 선배들이 있음을 감사하며 가장 높은 곳에서 겸손히 성장할 때 우리 교회는 건강한 교회가 될 것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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