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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할인(早朝割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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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11-10 | 조회조회수 : 8,7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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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주요 등장인물인 유비와 관우, 장비가 이른 아침 극장에 갔습니다. 표를 사러 간 장비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습니다. 유비와 관우가 매표소에 가니 장비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매표소 직원과 옥신각신하고 있었습니다. 유비가 실랑이의 이유를 묻자 장비는 씩씩대면서 말했습니다. “아니 이 극장에서는 ‘조조’만 할인해 준다잖아요.”


이 이야기는 ‘이른 아침’을 뜻하는 ‘조조(早朝)’와 삼국지의 또 다른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인 ‘조조(曹操)’의 한국어 발음이 같기에 생겨난 썰렁한 농담입니다. ‘조조할인’은 영화관에서 이른 아침에 요금을 깍아 준다는 뜻으로 영어에서는 ‘마티니(Matinee)’라는 말을 씁니다. 


지난주에 저도 ‘조조할인’을 받아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휴가 중에 평소에 못 해 봤던 일을 해 보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극장에 가자고 했습니다. 미국 와서 30년을 살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극장에서 두세 시간 여유를 부리는 것을 사치로 알고 살았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 비행기에서 봤던 ‘탑건(Top Gun)’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1986년 같은 제목으로 개봉되었던 영화의 후속편으로 미 해군 항공전 부대의 엘리트 조종사들이 최신형 전투기를 몰고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면 너무도 멋질 것 같았습니다. 


‘조조할인’이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오후 1시 45분이 그날 이 영화가 상영되는 첫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시간 맞춰 간다고 갔는데도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평일 이른 오후의 극장은 한산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찾은 극장이기에 입장료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왔는데, ‘조조할인’이라고 하면서 한 사람당 5불씩만 내라고 했습니다. 


입장료를 내니 좌석을 지정하라고 합니다.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좌석 배치도를 보는데, 200명은 족히 들어갈 극장에 저와 아내가 첫 손님이었습니다. 적당한 자리를 선택해서 앉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극장 안이 무척이나 낯설었습니다. 그 낯섦을 담기 위해 전화기를 꺼냈습니다. 텅 빈 자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벽에 기대어 선 아내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 몇 장을 대학 기숙사에 있는 딸에게 보냈습니다. 딸에게서 재밌게 보라는 간단한 답변이 왔습니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영화가 시작할 시각이 되었습니다. 극장 안의 조명이 꺼지면서 화려한 영상이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때까지도 극장 안에 있는 손님이라고는 저와 아내를 포함해서 예닐곱 명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온 며칠 후, 딸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영화 잘 보았냐는 인사와 함께 엄마 아빠가 유명인이 되었다고 하면서 사진 한 장을 첨부했습니다. 그 사진은 짧은 동영상을 나누는 ‘틱톡(TikTok)’이라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이었습니다. 


그 사진에는 저희 부부가 극장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을 배경 음악과 함께 틱톡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무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는 표시가 나와 있었습니다. 물론, 그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제 딸이었습니다. 


10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면, 이 동영상을 본 사람은 적게 잡아도 100만 명은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유명인의 일상도 아니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부부의 극장 나들이 영상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짧은 기간 내에 보고 반응했다는 것이 제게는 오히려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나중에 이 영상이 인기를 끈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딸이 동영상을 올리면서 단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왜 이 사진을 내게 보냈을까?” 엄마 아빠가 극장에서 찍은 사진을 자기에게 보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딸의 말에 사람들이 공감한 것입니다.


‘왜 보내긴, 사랑하니까 보내지.’ 제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내가 뭘 하는지 알려주고도 싶고, 보여주고도 싶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기도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내놓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다니엘 기도회’를 통해 우리들이 사는 이야기를 하나님께 들려드립시다. 우리도 하나님을 사랑하니까요!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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