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에이징(Radical 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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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에서 가장 어른들로 구성된 선교회인 ‘에녹회’의 회원들은 대부분 80세 이상으로 평생을 믿음 안에서 사신 분들입니다. 나이 들면서 몸과 마음은 약해질지 모르지만, 사랑의 크기만큼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고, 믿음의 깊이는 점점 더 깊어지시는 분들입니다.
지난 주일 오후에 ‘에녹회’ 총회가 열렸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 동안 ‘에녹회’가 감당했던 선교 사역을 보고하고, 회원들의 근황을 나누고, 새로운 회장과 임원단을 선출하는 총회를 엽니다. 올 한 해 동안 회장으로 수고하신 박미수 목사님께서 내년에도 회장을 맡아 헌신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저는 ‘에녹회’ 총회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말씀을 준비하면서 먼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낌없는 헌신으로 일평생 믿음을 지켜오신 분들의 모습이 너무도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신앙의 선배로서 교우들을 사랑으로 섬기고, 기도와 나눔으로 사역하며, 선교지를 돕고, 묵묵히 교회를 지켜온 ‘에녹회’ 회원들이야말로 우리 교회가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며 오랜 역사를 이어온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래디컬 에이징(Radical Aging)’ 에녹회 총회에서 전한 설교의 제목이었습니다. ‘래디컬’이라는 말은 ‘급진적’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기보다는 순식간에 도약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래디컬’은 기존의 체제를 벗어나려는 다소 과격하고 격렬하며, 너무나 앞서가는 논리이며, 때로는 허황한 것으로 취급받으면서도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정치와 사회, 사상과 철학, 종교와 신앙 등의 질서와 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런 ‘래디컬’이라는 말에 ‘나이 듦’이라는 뜻의 ‘에이징(Aging)’을 붙여 만든 ‘급진적 나이 듦’이라는 말이 어색해 보입니다. ‘래디컬 에이징’은 급진적으로 빨리 나이 먹자는 말이 아니라, 나이 듦에 관한 생각을 진취적으로 바꾸어 나이에 압도당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살자는 말입니다.
‘래디컬 에이징’은 ‘에녹회’ 회원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엄벙덤벙하다가 또 한 해를 후회와 함께 보내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나이 듦에 대한 급진적 생각은 어차피 세월은 갈 것이고, 우리는 어차피 살아야 한다는 전제로 시작합니다.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게 세월이라면,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말고, 세월의 위세에 눌리지도 말고, 하루하루 품위를 잃지 않으며, 후회 없이 멋지게, 감사하며 살자는 것이 ‘래디컬 에이징’의 첫 번째 도전이었습니다.
‘래디컬 에이징’의 두 번째 도전은 좋든 싫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멀리 내다보고 살아야 한다는 도전입니다. 제가 ‘에녹회’ 회원들에게 드렸던 말씀은 이제는 ‘어차피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호흡이 언제 멈출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죽을 날을 기다리는 인생이 아니라, 어차피 100세까지는 산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 지혜롭게 나이 드는 ‘래디컬 에이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움을 멈추지 말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이어가며, 이웃과 세상에 공헌할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래디컬 에이징’의 세 번째 도전은 인생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래디컬 에이징’은 어차피 맞이할 죽음이라면 먼저 그 죽음에 대해 생각하므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살자는 도전입니다. ‘래디컬’에는 ‘급진적’이라는 뜻 외에 또 하나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근본적인’이라는 뜻입니다. ‘래디컬, Radical’은 ‘뿌리’를 뜻하는 ‘라딕스, Radix’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합니다. ‘래디컬 에이징’은 생명의 근원을 찾으며 인생을 돌아보자는 뜻입니다.
‘래디컬 에이징’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삶을 살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래디컬 에이징’은 ‘에녹회’ 회원들만이 아니라, 한 해를 보내며 한 살 더 먹는다고 아쉬워하는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내년에 119주년을 맞는 우리 교회에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한 해 한 해 쌓이는 역사와 신앙의 뿌리를 찾는 것은 물론, ‘래디컬’ 정신으로 다음 세대와 이웃을 섬기고, 이민 사회를 섬기며 미래를 주도적으로 열어가는 자랑스러운 LA연합감리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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