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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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먼저 내뱉고는 “왜 한다고 했을까?”라고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능력은 안 되면서 체면 때문에 맡은 일이 후회를 불러오고, 다른 사람한테 지기 싫어서 부린 괜한 허세로 곤욕을 치를 때도 있습니다.
목사인 저도 그럴 때가 있었습니다. 주로 부흥회나 세미나 초청, 원고 청탁 같은 것이었습니다.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응하지만, 막상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후회가 찾아왔습니다.
교회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다니엘 기도회’를 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21일간 매일 저녁, 그것도 교회에서 모여 기도하자고 호기롭게 외쳤지만, 막상 기도회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왜 한다고 했을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은혜였음이 밝혀졌지만,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교회에 모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영상으로 예배를 녹화해서 유튜브로 내보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비도,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한다고는 했지만 막연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성일 목사님과 찬양대를 지휘하시는 이신우 목사님께서 맡은 부분을 잘 감당해 주셔서 겨우겨우 메꿔나갔지만, 매 주일 벼랑 끝에 서는 심정이었습니다. 물론, 그 일을 통해서 영상 편집 기술도 익힐 수 있었고, 카메라만 보면서도 설교하는 담력도 얻었지만, 이제는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습니다.
‘전교인 정오기도회’를 한다고 했을 때도 매일반이었습니다. 그날 주어진 묵상 글과 기도문을 쓰느라 저녁 시간을 온전히 희생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말씀에 위로받는다는 성도님들의 격려에 힘입어서 2020년 4월부터 대면 예배가 다시 시작되던 2021년 6월까지 1년여에 걸쳐 359회나 묵상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 인생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추억을 찾아냈고, 그 안에서 세밀하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23년을 맞으면서 제가 또 한 번 후회할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성경을 읽자고 한 것입니다. 제가 올 한 해 성경 전체를 읽고 이것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서 교우들과 함께 성경을 읽자고 했습니다. 하루에 20분 정도의 성경 읽기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1년이면 성경 전체를 다 읽을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전교인 매일 성경 읽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성경 읽기를 하기 전에 성경 읽어주는 영상이 수두룩할 텐데 저까지 성경을 읽을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답해야 했습니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정말 많았습니다. 성우가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주는 성경, 드라마처럼 웅장하게 읽어 주는 성경 등 수많은 성경 읽기 영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LA연합감리교회의 담임인 제가 읽는 성경은 없었습니다.
주일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담임 목사인 제 목소리로 성경을 읽고, 그 성경을 교우들이 같이 읽으면 은혜로울 것 같았습니다. 저도 교우들과 교회를 위해 기도로 준비하면서 성경을 읽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한 주간 읽은 성경으로 토요일 새벽기도회에 말씀을 전하면 한 해를 말씀 중심으로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무엇보다 담임 목사와 온 교우가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읽는다면 우리 교회가 영적으로 하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성경 읽기 영상을 준비하면서 기도문을 먼저 녹음했습니다. 성경을 5장 정도 읽으니 20분 남짓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한 번만 읽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한두 번 읽고, 녹음하면서 큰 소리로 다시 읽고, 중간에 틀리면 또다시 읽고, 녹음 한 것을 검사하면서 거듭해서 읽다 보니 같은 본문을 다섯 번 이상 읽어야 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은 20여 분짜리지만, 그 영상 한 편에는 몇 시간에 걸친 기도와 노력이 담겼습니다. 내일부터 매일 성경 읽기라는 영적 여정이 시작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새벽 6시에 성경 읽기 동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됩니다. 그 시간 이후에는 언제든지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한 주간 읽은 말씀을 중심으로 교회 본당에서 새벽기도회를 대면으로 갖습니다.
유튜브 검색창에서 LAKUMC를 검색하신 후 성경 읽기를 누르시면 매일 성경 읽기에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맡기신 버거운 일을 통해 큰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매일 성경 읽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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