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칼럼] 내가 계획하지만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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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계획대로 모든 일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계획과 다르게 되어지는 일들을 더 많이 경험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청년과 장년을 지나 노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완전하게 살아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나는 사도 바울과 디도가 전도여행을 했던 몇몇 나라와 도시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이탈리아까지 비행기를 타고 약 10시간을 날아 베니스에 도착한 후, 다시 몇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라벤나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1박을 한 뒤 다시 배를 타고 그리스의 데살로니가와 아테네, 터키의 에베소 등을 둘러보기 위해 지금 여행 중이다.
베니스에 오전 12시 반경 도착하여 라벤나로 가는 밴을 타고 주변을 둘러보며 오후 5시경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고 했다. 방은 2인용 하나와 6인용 하나를 예약했지만, 호텔 측에서는 어른 두 명씩 네 명만 예약되어 있고 아이들 세 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예약할 때 입력한 인원과 호텔 측에서 가지고 있는 인원이 달라 서로 의견 차이가 있었고 한참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호텔 측에서 요구하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서야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 주변에서 식당을 찾는 데도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오후 5시 반에서 6시경 저녁 식사를 하지만, 주변 식당들은 대부분 저녁 7시가 되어야 문을 열었다. 배가 많이 고팠지만 식당 앞에서 문을 여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겨우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갔지만 일곱 명이라고 하니 두 명이나 네 명 단위의 손님들 주문을 먼저 받고 우리는 더 기다려야 주문을 받아 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또 다른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아주 조용한 식당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이 우리 가족만 있는 식당에서 저녁 8시경이 되어서야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날 호텔 체크인부터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까지 모든 일이 우리가 계획한 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주 늦은 시간까지 고픈 배를 부여잡고 기다리다 식사를 주문했지만, 주문한 음식의 양도 생각보다 너무 적어 추가로 주문하고서야 겨우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문득 한 문장이 떠올랐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이탈리아 사람들이 오랜 시간 만들어 온 문화에 빨리 익숙해지고 적응하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 시간이었다.
4세기 주교이자 교부로 불리는 성 암브로시우스에게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로마와 밀라노의 금식 관행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 물었을 때, 암브로시우스는 “로마에 있을 때는 로마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고, 다른 곳에 있을 때는 그곳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내가 익숙한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주변 환경과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그곳의 방식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여행 첫날부터 절실하게 배우게 된 것이다.
하룻밤을 자고 난 다음 날에는 이탈리아 라벤나에 있는 산 비탈레 성당을 방문하였다. 6세기 비잔틴 양식의 건축과 화려한 모자이크 예술의 정점을 보여 주는 곳으로, 초기 기독교 건축의 뛰어난 유산으로 평가받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직접 성당 안에 들어가 그 시대의 건축과 정교한 모자이크를 바라보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의 위대한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무덤도 방문하였다. 단테는 『신곡』의 저자이다. 나는 그동안 단테라는 이름과 『신곡』이라는 책의 제목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정작 책을 제대로 읽어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그의 무덤을 방문한 뒤 『신곡』을 온라인으로 바로 주문하게 되었다.
사후 세계를 배경으로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대서사시 『신곡』이 내가 열흘 후 집에 도착할 무렵이면 함께 도착해 있을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그 책을 펼쳐 읽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는 단테의 무덤을 찾아가 『신곡』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내가 세우지 않았던 계획 속에서도 또 다른 만남과 깨달음을 허락하셨다. 이곳에서 단테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나게 하시고, 그가 남긴 『신곡』을 읽고 싶은 마음을 주신 것도 앞으로 내가 기독교 신앙을 담은 소설을 써 나가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앞으로 열흘 동안 지중해 연안의 여러 나라를 둘러보며 약 2천 년 전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전도여행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 데살로니가와 아테네, 에베소를 직접 밟으며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당시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고 싶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인생도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목적지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지만, 언제나 계획한 길로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일로 멈춰 서기도 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길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 길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미처 알지 못했던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다시 한번 고백하게 된다. 내가 계획을 세우지만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계획하지 못했던 것까지도 사용하셔서 새로운 깨달음과 만남을 허락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남은 여정 가운데 또 어떤 길을 보여 주실지 기대하며, 오늘도 나의 걸음을 그분께 맡겨 본다.
이훈구 장로(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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