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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 친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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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02-27 | 조회조회수 : 3,4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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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해요?” 월요일 오전에 불쑥 날아온 동료 목사님 부부의 메시지였습니다. 목사에게 월요일은 그나마 잠시의 여유를 부리는 시간입니다. 주중 사역과 더불어 금요일 저녁 기도회와 토요일 새벽 기도회, 주일 주보에 실리는 칼럼 쓰기, 주일 설교와 예배까지 한 주간의 긴장에서 벗어나 또 한 주간을 달리기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이 월요일입니다. 


“그냥 있어요.”라는 제 대답에 그 목사님 부부가 우리 동네까지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눈이 시리게 맑은 월요일 오전, 커피와 빵 몇 조각이 전부였지만, 멀리서 찾아온 동료 목사님 부부와 마주 앉자 두런두런 이야기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목사님 부부를 알고 지낸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그동안 서로가 감당해야 하는 목회의 현장이 달랐기에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만난 그 목사님 부부와 저희 부부는 세월이 만들어 놓은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한참 대화가 오갈 때였습니다. 갑자기 그 목사님의 사모님께서 어느 세미나에서 인상 깊게 들은 이야기라고 하시면서  ‘새벽 두 시 친구가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영어식 표현으로 ‘2 am. friend’라고 하는 ‘새벽 두 시 친구’는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또 기꺼이 달려와 줄 친구를 말합니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제가 텍사스에서 사역할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사역을 막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늦은 오후에 볼일을 보고 자동차를 탔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런 일을 당하면 보닛이라고 하는 자동차 앞 후드부터 열어젖힙니다. 


뚜껑은 열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결국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습니다. 전화기를 손에 들고 어디로 전화를 걸까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이럴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의 남자 성도님들의 얼굴이 여럿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걸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이분은 지금 직장에서 한창 바쁠 시간인데, 그분은 이번 주에 출장 가신다고 했지, 저분은 밤새 도넛 만들고 지금 주무실 시간이잖아……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마땅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백인 여성 두 명이 저에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습니다. 옷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들이었기에 별 기대 없이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데 아무래도 배터리가 문제인 것 같다고 했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의 차에서 자동차 충전용 휴대용 배터리를 가지고 오더니 시동을 걸어 주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나누면서 이민자로 살기에, 목사로 살기에 ‘새벽 두 시 친구’만이 아니라 ‘오후 두 시 친구’도 없다고 하면서 웃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 목사님 부부가 던진 ‘새벽 두 시 친구가 있나요?’라는 질문이 제 삶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저희가 새벽 두 시에 전화하면 달려오실 거죠?”라는 질문에 물론 그럴 것이라고 하면서 그 목사님 부부와 ‘새벽 두 시 친구’가 서로 되어 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지만, ‘새벽 두 시 친구’라는 화두는 한 주간 제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민자의 삶이 고단한 이유 중 하나는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새벽 두 시 친구’의 유무를 행복의 조건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언제든 우리가 부를 때 언제든지 응답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십니다.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면서 우리를 보호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낮의 해가 상하게 하지 못하도록, 밤의 달이 해치지 못하도록 우리를 항상 지켜 주십니다. 


물론, 언제든 어려움이 닥쳤을 때 부담 없이 전화할 수 있는 친구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우리도 그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며 사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서로에게 ‘새벽 두 시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저도 언제든 달려갈 그런 ‘친구’가 되겠습니다.  ‘새벽 두 시 친구’로 가득한 교회야말로 사랑이 넘치는 교회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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