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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사의 칼럼(3)] 1980년대 개척교회, 그 시절의 성미(誠米) 주머니와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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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6-18 | 조회조회수 :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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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한국 교회에는 개척의 바람이 불었다. 가진 돈도 없고, 함께할 성도 한 명 없었지만, 오직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부르심(사명) 하나만으로 겁 없이 목회를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개척교회였지만,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하나님의 기적이요 동행하심이었다.


막막했던 예배당 보증금을 채워주셨고, 매달 기적처럼 월세를 내게 하셨다. 무엇보다 아내와 나의 끼니를 굶기지 않으셨는데, 성경 속 엘리야를 먹이셨던 '까마귀'가 우리 부부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예배당 문을 열어보면, 문 앞에 작은 성미(誠米) 주머니 몇 개가 다소곳이 놓여 있곤 했다.


이웃 교회에 다니는 이름 모를 성도들이, 밤낮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개척교회 전도사의 끼니가 안타까워 조용히 놓고 간 사랑이었다. 우리는 그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며 눈물로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렇게 이름 없는 성도들의 사랑으로 교회가 움직였다.

어쩌다 문 앞에 성미가 없는 날이면, 우리는 그날을 기쁘게 금식하는 날로 삼았다.


어쩌다 예배당에 성도 한 사람이 찾아오면 그 영혼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 한 사람을 위해 나의 모든 정성을 쏟아냈고, 온 마음을 다해 축복하며 간절히 기도해 주었다.


얼마 가지 않아 텅 빈 예배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찬양에는 기쁨이 넘쳤고, 기도에는 불같은 힘이 있었다.

"하나님이 하셨다!"라는 고백이 절로 나오는, 말 그대로 신바람 나는 목회였다.


밤을 새워 기도하고 말씀을 준비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교인들과 함께 밥을 지어 나누어 먹고, 이웃 주민들을 돕기 위해 '일일 찻집'을 열어 수익금을 나누던 그 시절의 교회는 너무나도 재미있고 행복한 생명 공동체였다.


그것은 나의 '첫사랑'이었다. 하나님을 향한 순전한 사랑, 조건 없는 감사, 그리고 절대적인 믿음.은퇴 후, 고요한 일상 속에서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에 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불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 교회는 더 빨리 부흥하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 더 큰 교회 예배당을 가질 수는 없을까?'라며 허기져 했다.


사람은 참 어리석다. 현재의 소중함을 그때는 잘 모른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그때가 가장 눈부신 은혜의 때였음을 깨닫는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의 진짜 의미를 가슴으로 깊이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철든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지난날처럼 어리석게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더 이상 지나간 시간이 오지 않은 미래를 보며 현재를 놓치고 싶지 않다.


이 땅에서의 시간이 다 지나고 나면 하나님이 언젠가 나를 부르실 터인데, 지금처럼 무뎌진 마음을 안고 주님 앞에 설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은퇴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아끼련다. 비록 젊은 날의 열정 넘치던 강단은 떠났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지금의 일상을 넉넉히 누리고 행복한 세상을 살고 싶다.


그리고 조용히 성경 말씀을 가슴에 새겨본다.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요한계시록 2:5)


내 영혼의 첫사랑.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을 가졌던 그 시절의 순전했던 첫사랑을, 나의 남은 생애 동안 다시 뜨겁게 회복하고 싶다.


이종천 목사(참좋은 감리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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