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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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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08-04 | 조회조회수 : 3,1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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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LA 한인타운에서 한낮에 몇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점심과 저녁에 심방 약속이 있었는데, 그사이에 두세 시간이 비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교회로 왔다 갈 시간은 안 되었습니다.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렇다고 마땅히 할 일도 없었습니다. 조용한데서 책이나 읽을 요량으로 자동차를 타고 커피숍을 향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문득 이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발할 때가 한참 지났지만, 시간을 내지 못해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다닐 때였습니다. 미룬 숙제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마음으로 오래전에 누군가가 소개해 준 이발소로 갔습니다. 예약도 없이 찾아간 이발소에는 손님들이 가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단골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값을 올려서 그렇지, 예전에는 더 싼 값을 받았다는 이발소였습니다.


서너 명의 손님이 제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가는 이발소에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순서를 기다리던 분들은 다음 차례가 되면 가운을 갈아입고 대기하다가 이발을 마친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앉았습니다. 


이발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쉬지 않고 머리를 자르고 다듬고 있었습니다. 파마를 위해 머리에 롤을 주렁주렁 달고 랩을 쓴 손님 한 분은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에 쌓인 머리카락을 쓸어 담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도 옷장에서 가운을 꺼내서 몸에 둘렀습니다. 이발을 마친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발사는 머리를 어떻게 자르겠냐고 퉁명하게 물었습니다. 날도 더워지니 조금 짧게 잘라달라고 했더니 바리깡이 사정없이 들이닥쳤습니다. 


낯선 이발소였기에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눈에 보아도 족히 수십 년은 가위를 잡았을 것 같은 이발사의 능숙한 손이 오갈 때마다 지저분했던 머리가 단정하게 바뀌었습니다. 이발을 마치고 나오는데, 입구에 붙여놓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잠시 문을 닫는다며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었습니다. 


‘임시휴업’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여름에 열흘 이상 가게 문을 닫을 정도면 무척 중요한 일임이 분명했습니다. 큰맘 먹고 휴가를 가든지, 아니면 내부 수리를 하든지, 그 정도의 이유가 아니라면 단골이 떨어져 나갈까 봐, 매상이 줄까 봐 문을 닫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안내문에 붙은 ‘임시휴업’의 이유가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임시휴업의 이유는 다름 아닌 ‘선교’ 때문이었습니다. 중남미의 어느 나라로 선교를 다녀온다고 하면서 기도를 부탁한다는 말도 적혀 있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그 이발사는 분명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쟁이 심한 한인 타운 한복판에서 이발소 문을 닫고 선교를 다녀올 만큼 선교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임도 분명했습니다. 무엇보다 가게 문을 닫아도 하나님께서 부족한 것을 채워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분일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교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도 못 하고, 그저 마음속으로만 기도하며 이발소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중에 다른 곳에서 ‘임시휴업’ 공고문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것도 선교를 위해서 문을 닫는다는 같은 이유로 붙은 공고문이었습니다. 


그 공고문이 붙은 곳은 우리 교회에서 멕시코 선교를 담당하시는 조인호 장로님이 운영하시는 한의원이었습니다. 주중에 잠깐 들린 한의원 입구에는 7월 21일과 22일 선교 관계로 휴진한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한의원에는 일 년이면 여러 번 ‘임시휴업’ 공고문이 붙습니다. 모두가 선교를 위해서입니다. 우리 교회가 30년 이상 사역하고 있는 멕시코 꼬치미 마을 선교를 위해서, 또 한의사들과 한의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이끌고 멕시코 의료 선교를 다녀오시기 때문입니다. 


조 장로님을 비롯한 멕시코 선교팀이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꼬치미 마을을 방문해서 여름성경학교(VBS)를 섬겼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생업을 잠시 미루고 선교하시는 분들의 헌신을 하나님께서 기뻐게 받으실 것입니다. 비록 ‘임시휴업’이라는 공고문을 붙였지만, 그 기간은 하나님께서 더 신실하게 일하시는 시간임을 기억하며 삶을 희생하여 선교에 헌신하시는 모든 분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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