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교사의 권위는 왜 무너졌는가
페이지 정보
본문
고국 방문을 마무리하고 복귀를 준비하는 한 주간 동안,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과 이에 따른 세간의 격론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권의 하락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젊은 여교사가 2023년 7월 18일 학교의 교보재 준비실에서 극단 선택을 한 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 교사의 죽음을 사적인 것으로 해석했을 것입니다. 교사는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죽은 교사의 일기 일부가 공개되고, 교사 사망의 원인제공을 한 시스템과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사들의 90%는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정황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습니다. 교사 개인의 우울증으로 몰아가던 한 매스컴은 유가족으로부터 사과를 요청받았으며, 이를 특정 정당 3선 국회의원의 갑질이라고 오보한 유명 유튜버는 정당의 법률팀으로부터 고소당하였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교사가 우리의 상식 밖에 있지 않은 성실한 일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한 해의 사역을 마치면서 올해 2월 10일 남긴 가정통신문의 일부입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예쁜 아이들 담임을 맡은 교사 OOO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달드리고 싶어 이렇게나마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리려 합니다...... 2022년은 저에게 참 선물같은 해였습니다...... 너무나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1년이었어요.” 교사는 편지에서 학생들을 “순수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스물일곱 명의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교직에 보람을 둔 사람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르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고 흐뭇했습니다. 원 없이 웃으면서 즐거웠던 순간, 속상하고 아쉬웠던 순간들 모두가 아이들의 삶에 거름이 되어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 믿습니다......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7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발표한 지난 24∼26일에 실시된 교육 관계자 132,359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놀랍게도 전체 응답자의 97.6%가 “서이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 이유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데 반하여, 교권 보호를 위한 수단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위의 설문조사는 해당 사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인지에 대해선, ‘그렇다’는 답변이 55.5%였으며, ‘그렇지 않다’라는 응답은 26.7%, ‘보통’이라는 답변은 17.8%였습니다. 이도 놀라운 반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대는 권위가 무너지는 시대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권위를 무너뜨리는 시대입니다. 선생님의 권위만이 아니라, 부모의 권위, 정치적 권위, 종교적 권위와 문화적 권위 등이 그렇습니다. 권위는 권력과 달라서 인위적이라기보다는 자연발생적입니다. 권위는 자발적인 “인정”(recognition)에 의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교만과 이념으로 말미암아, 이 인정의 능력, 즉 “인지 능력”(cognitive power)이 파괴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권위를 거부하라’는 세대에 우리가 살아갑니다. 이 시대사조의 핵심, 현대 신마르크스주의의 중심에는 “권위가 억압의 출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권위의 출처인 하나님과 그가 부여한 종교적 권위와 국가 권력은 타도 대상입니다. 가정과 학교와 교회와 기존의 가치로부터 우리의 자녀들을 빼앗아 무규범 상태, 아노미(anomie)적 해체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시대사조입니다. 두들겨 맞던 저의 학창 시절은 아니지만, 교사의 좌절도 아닙니다. 가주 공교육의 붕괴와 이곳 교사의 좌절이 고국의 비극과 겹쳐 보이는 것은 저만의 기우라면 좋겠습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 이전글[김영국 목사의 음악목회 이야기] 이사야 6장: 성경적 예배의 창문(2) 23.07.28
- 다음글미션 임파서블 23.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