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설교, 깊이 있게 할 수 있을까
페이지 정보
본문
지난주에는 동남아 선교지에 나가신 인근 교회 담임목사님을 대신하여 1, 2, 3부 주일설교를 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담임목사님은 교회의 대사인 지도자 교체를 아름답게 준비하시고, 후임목사님도 잘 훈련받고 계셨습니다.
후임목사님은 “어떻게 깊이 있는 말씀을 전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저에게도 깊이 있는 설교를 하는 것, 더구나 그것을 쉽고 재미있게 한다는 것은 목회자로서의 이상입니다. 짧은 시간에 독서 이야기만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대답한다는 마음으로 정리해 봅니다. 저도 2대 목회를 바로 마쳤기 때문에, 담임과 후임을 축복하는 마음입니다.
목회자들에게 설교만큼 중요한 일도, 더 시간을 많이 들이는 일도, 부담스러운 일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또 보다 복된 다른 일도 있기 어렵습니다. 예수님의 3가지 사역, 설교(preaching), 가르침(teaching)과 치유(healing) 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설교입니다. 교회의 사명이자 기능 가운데 선포(kerygma), 교제(koinonia) 그리고 봉사(diakonia)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오는 것이 말씀 선포입니다. 말씀 사역의 효율성을 위하여 독서를 포함한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 목회자는 사상가는 아니더라도, 진리를 전달하는 정신적, 영적 지도자가 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사상의 수입보다 담화의 지출이 많은 것은 불행한 파산”이라는 금언이 마음에 남습니다. C.S. 루이스의 『스쿠르테이프의 편지』에서 신참 악령을 교육시키는 웜우드는 말합니다. 요즈음 목회자들이 성도들과 눈높이를 한다고 너무 사고가 천박해져서 악마의 동역자가 되었다고 사역자들을 비웃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양을 상상하면, 영혼을 책임지는 목회자에게 기본적인 지식의 습득은 너무도 필수적인 일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설득당하려고 기다리는 성도를 실망시킬 수 없습니다.
둘째로, 체계적인 독서가 목회자의 업그레이드를 위하여 너무도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경험보다는 간접경험이 훨씬 쉽고 시간도 덜 듭니다. 그러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고, 더구나 많은 책을 읽고 혼자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에 독서모임을 가지시길 권면합니다. 저는 목회하는 중 교회 교역자들과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였습니다. 15년 이상 “기독교사회사상독회”라는 매월 모여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계속했습니다. 최근에는 스캇과 카바노가 편집한 『정치신학연구』(CLC, 2022)라는 책을 읽었고, 다음 달에는 폴 리쾨르의 『해석학과 인문사회과학』(서광사, 2003)을 읽습니다. 좋은 멤버를 구성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셋째로, 영성과 함께 인문학적 깊이를 더하는 독서가 필요합니다. 성경을 읽는 것은 성경의 해석을 통하여 의미를 얻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깨달음은 성경해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는 자기 해석으로 발전되는 것입니다. 나를 읽는 “자기 해석학”은 또한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의 행동 즉 세상에서의 실천을 위한 “윤리적 해석학”으로 열매 맺으려는 것입니다. 성경과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교양의 필요성 때문에, 큐티와 함께 인기 없는 문학, 역사, 철학이나 인문ㆍ사회과학의 교양이 필요합니다.
시대의 복잡함과 지식의 막대한 양, 악의 번성과 세상의 혼돈 속에서 영혼의 의사이자 세상의 안내자가 될 목회자에 대한 요구는 점증하고 있습니다. 교회 주변 환경의 열악함과 빈약한 처우의 어려움 속에서도 종말론적 반전과 역전(reversal)을 꿈꾸며, 유일한 책(the Bible)과 여러 책들을 상고함이 깊이 있는 영적 성숙을 위한 중요 사역 중의 하나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재단부이사장)
- 이전글복음적 생명적 주체적이어라 23.03.27
- 다음글[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재림 예수 23.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