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가득한 만남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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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지구상에 사는 수십억의 인구 중에서 만난 사람들은 부모·자식으로, 남편과 아내로, 친구와 동창으로, 사업관계나 직장 동료로, 가게주인과 손님으로, 때로는 이웃과 교회 식구로 만나 사랑과 정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그런 만남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주어진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선택한 만남입니다.
주어진 만남에는 내 결정권이 없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와의 만남이 주어졌고, 아이를 낳는 순간 자식과의 만남이 결정되었습니다.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형제·자매, 또 친척들이 주어졌습니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선생님이 주어졌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주어졌습니다. 이런 만남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선택한 만남에는 배우자를 비롯해서 매일 우리 곁을 스치는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이 여기에 속합니다. 물건을 사고, 음식을 주문하고,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선택을 통해 내가 선택한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인생이 후회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주어진 만남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입니다. 선택한 만남이야 선택을 잘못한 자신을 나무랄 수도 있지만, 주어진 만남은 불평할 대상도 없습니다. 이처럼 만남 때문에 인생이 불행해지기도 하지만, 인생이 행복해지는 이유 역시 만남 때문입니다.
인생이 행복해지는 길은 주어진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느낄 때입니다. 그럴 때면 무거운 멍에처럼 여겨지던 만남이 축복의 통로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삶의 족쇄처럼 우리를 조여오던 만남이 감사의 조건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쯤 되면 주어진 만남은 이미 신비가 되어 있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 또 하나의 길은 만남에 대한 선택권을 하나님께 맡길 때입니다. 내 판단으로 선택하기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만남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 일상에서 일어나는 만남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됩니다.
저는 요즘 그 만남의 신비를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심방을 통해서 교우들의 삶의 자리를 방문해서 함께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면서 교우들의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경험하게 됩니다.
요즘 LA에는 비가 자주 내립니다. 지난 주중에도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빗길이라 평소보다 신경을 많이 쓰고 운전해야 하지만, 교우들을 만나러 가는 마음이 즐겁습니다. 병원에 계신 교우들을 만나기 위해 하루에도 두 번씩 한인타운을 찾을 때도 있었지만, 그 역시 저에게는 복된 발걸음입니다. 그 만남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알기 때문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심방을 위해 비를 뚫고 권사님 댁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권사님 댁에 도착하기 10분 전쯤에 그 권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도착할 때쯤 전화를 하면 자신이 내려와서 주차장 문을 열어 주시겠다는 전화였습니다. 길에다 차를 세우고 걸어오다가 비를 맞을까 봐 저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한다고 하면서 도착하기 5분 전에 전화를 다시 드릴 테니 그때 나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날씨도 쌀쌀한데 미리 내려오셨다가 감기라도 걸리실까 봐 저는 저대로 배려해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게 권사님 댁에 도착했는데 권사님은 이미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저와 제 아내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권사님은 '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한데 왜 벌써 나와 계시냐?’는 제 볼멘소리는 들은 척도 안 하시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오신다니까 새색시가 신랑을 기다리는 것 같은 마음이 드네요.”
손주가 다니는 명문대학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셔츠를 입고 나와 계신 권사님은 8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어 보이셨습니다. “저야말로 웬 대학생이 나와 계시는 줄 알았어요.”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었지만, 소리 내어 웃으시는 것을 보면 그 소리가 그리 싫지는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수요일 오후에 심방을 하고 나오는데 제 마음에 감사가 가득했습니다.
요즘은 누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사람을 가까이서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고, 누가 집에 온다고 하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기가 번거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심방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은혜의 세계로 인도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의 신비가 펼쳐질 여러분과의 설렘 가득한 만남을 기대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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