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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고대의 신론, 현대의 사라지는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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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09-22 | 조회조회수 : 3,9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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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포클레스(496-406 B.C.)의 작품 『오이디프스 왕』을 다시 읽었습니다.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더불어 그리스의 3대 극작가입니다. 그는 연극경연대회에서 아이스킬로스를 물리치고 최고상을 받은 후, 매년의 경연대회에서 30번 이상 수상했습니다. 그는 안티고네, 아이아스와 엘렉트라 등 불후의 작품을 후세에 남기고 있습니다. 

   

아주 길지 않은 『오이디프스 왕』이라는 작품 속에서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신에 대한 관념입니다. 신에 대한 신앙과 문화는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교양이었습니다. 『오이디프스 왕』의 줄거리에서도 여러 신들, 신전, 신탁, 제사장과 예언자가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소포클레스가 이해한 신은 문화적 환경으로 존재하는 종속변수가 아닙니다. 『오이디프스 왕』에 등장하는 신은 오이디프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다”는 신탁을 결국 이루는 독립변수입니다. 신탁을 들은 아버지, 라이오스 왕은 아들을 살해할 것을 명합니다. 그러나 왕의 하인은 왕자를 죽이지 못했고, 결국 양부모 폴리보스와 메로페에게 양육됩니다. 청년 오이디프스는 부모로 아는 이들을 떠나 비극을 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노상 갈등으로 그는 부지중 아버지 라이오스와 측근을 죽이고, 이후 테베를 공격하여 왕비인 어머니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삼습니다.

   

이후 테베에 퍼진 무서운 전염병의 원인이 흉악한 살인자로 말미암았다는 예언자의 가르침을 따라 오이디프스는 그 죄인을 끝까지 추적합니다. 그 결과 자기가 아버지를 죽인 것과 지금의 왕비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깨닫게 됩니다. 신의 운명은 그것을 피하려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처절하게 성취됩니다.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는 목을 매어 자결하고, 오이디프스 왕은 어머니의 브로치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어 궁성을 떠납니다. 

   

『오이디프스 왕』과 가장 시대적으로 가까운 구약의 예언서는 『스가랴』와 『말라기』입니다. 이 두 책도 앞의 책처럼 신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호와라 이름하는 신, 그의 신탁, 이를 전하는 예언자, 성전과 제사 등이 등장합니다. 그리스 사상과 유대 신앙에서 ‘신의 존재’는 논의 사항이 아니며, 어떠한 신이냐가 문제입니다. 신지식, 신관(神觀), 신적 문화가 이 두 고대 문명의 공통분모입니다. 다만 그리스 문화와 유대 문화에서 신론은 현저하게 대조될 뿐입니다.

   

유대는 유일신교(monotheism)인데, 그리스에서는 다신교(polytheism)입니다. 성경의 신은 자기 백성에게 기본적으로 자애로운 신이지만, 그리스의 신은 시기하고 질투하고 인간과 같은 욕망 아래에 있는 신입니다. 전자의 신은 인간 사회를 다스리는 전지전능의 초월자이지만, 후자에서는 훨씬 더 인간과 연루된 관계 속에 있으며, 심지어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습니다. 

   

이러한 신론에 대한 거부와 교정과 망각, 그리고 인간의 종교로부터의 독립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초대교회에서도 오이디프스 왕의 전설이 얽혀 있는 테베와 멀지 않은 아테네에서 다신이 섬겨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이름을 알 수 없는 신에게도 제사했습니다. 중세까지의 유신론의 시대를 지나 이신론, 불가지론, 무신론으로 넘어온 지성의 궤적은 400년 정도입니다. 

   

신론은 매우 중요합니다. 캘빈은 신론이 인간론을 결정하기 때문에, 바른 신관을 가지는 것은 신앙과 윤리의 출발점이라 보았습니다. 성경은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시 14:1) 한다는데, 요즈음은 그 어리석음을 지혜로 여기는 신적 교양의 상실 시대가 되었습니다. 역사의 독립변수에 대한 교양을 무시하고, 보이는 것에 사로잡힌 세상이 되었습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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