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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그곳이 꽃밭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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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05-10 | 조회조회수 : 2,8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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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꽃으로 시작하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꽃향기, 꽃가루, 꽃다발’과 같이 꽃과 직접 연관된 말도 있지만, ‘꽃길, 꽃동네, 꽃바람, 꽃노을’ 등은 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말인데도 ‘꽃’으로 시작되는 단어입니다. 이런 단어들의 앞에 붙는 ‘꽃’에는 ‘좋은’ 혹은 ‘아름다운’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순탄하고 평탄한 길을 ‘꽃길’이라고 부르고, 정겹고 화목한 동네를 비유적으로 ‘꽃동네’라고 부릅니다.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봄바람을 ‘꽃바람’이라고 하고, 고운 색깔로 붉게 물든 아름다운 노을을 비유적으로 ‘꽃노을’이라고 합니다. 


지난 주일 설교 중에 시인 구상 선생의 ‘꽃자리’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앉은자리가 꽃자리이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


‘꽃’이 앞에 붙는 말이 좋고 아름답고 순탄한 형편을 나타낸다면, ‘가시’라는 말은 어렵고 힘들고 험한 형편을 나타낼 때 붙이는 말입니다. 구상 시인은 지금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야말로 아름다운 꽃내음이 물씬한 즐겁고 행복한 ‘꽃자리’라고 단언했습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에 한동안 취해 있었습니다. 구상 시인이 가시방석 같은 자리를 ‘꽃자리’라고 표현했다면 저는 괴로움과 어려움이 심한 가시밭길이 ‘꽃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감히 시의 2절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가는 길이 꽃길이니라/네가 시방 가시밭길처럼 여기는/네가 가는 그 길이/바로 꽃길이니라’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설교 시간에 ‘네가 시방 가시밭길처럼 여기는/네가 가는 그 길이/바로 꽃길이니라’라는 제 버전의 시 낭송이 끝나자, 박수가 나왔습니다. 많은 분이 그 말에 공감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니 가시방석 같은 삶의 자리가, 가시밭길처럼 여겨지는 인생길이 ‘꽃자리'로 변하고 ‘꽃길’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박수로 표현하신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꽃길을 걷기 원합니다. 삶의 자리는 항상 꽃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미국에 오면 꽃길만 걸어 꽃자리에 이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민자의 현실은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일 때가 훨씬 더 많았고, 꽃자리보다는 가시방석에 앉을 때가 잦았습니다. 


가시밭길보다는 꽃길을 좇고, 가시방석보다는 꽃자리를 찾는 세상에서 예수님은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걸으셨고, 꽃자리보다는 가시방석 같은 시련의 자리에 계실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꽃 면류관이 아니라 가시 면류관이 씌어져 있었습니다. 


비록 예수님의 생애는 ‘가시’로 가득했지만, 그 ‘가시’는 영광으로 인도하는 문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걸으셨던 가시밭길은 꽃길은 아니었지만 영광의 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머무셨던 가시방석은 꽃자리는 못 되었지만 영광의 자리가 되었고, 예수님이 쓰셨던 가시 면류관은 영광의 면류관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말씀을 따라 산다는 것은 ‘가시’로 가득한 세상을 ‘꽃’이 가득한 세상으로 바꾸고, ‘꽃’이 만발한 세상에서 ‘영광’의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에서 시작된 ’가시방석’이 ‘꽃자리’가 되었다는 시적 상상이 무르익어  ‘가시밭길’이 ‘꽃길’이 될 때쯤, 이번에는 ‘가시덤불’이 떠올랐습니다. 


‘가시덤불’은 가시나무의 넝쿨이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로 일이나 삶의 어려움을 주는 역경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가시밭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이면 가시덤불이 되고,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들이 모여 신세 한탄을 시작하면 그 자리는 순식간에 가시덤불로 변합니다. 


‘가시방석’이 ‘꽃자리’가 된다는 구상 시인의 시에 덧붙여 외람되게 쓴 ‘가시밭길’이 ‘꽃길’이 된다는 ‘꽃자리’ 2절에 이어, 이번에는 ‘가시덤불’을 주제로 ‘꽃자리’ 3절을 완성했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서 있는 곳이 꽃밭이니라/네가 시방 가시덤불처럼 여기는/네가 서 있는 그곳이/바로 꽃밭이니라’ 


인생에서 만나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있다면 사람에게서 받는 아픔과 상처일 것입니다. 얽히고설킨 관계가 가시덤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대끼는 삶의 자리야말로 서로의 꽃내음을 맡으며 함께 만들어 가는 ‘꽃밭’입니다. 교회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가 이룬 황홀한 꽃밭을 보면서 가시덤불 같은 삶이 꽃밭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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