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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박희민 목사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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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05-05 | 조회조회수 : 2,5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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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정관에 따라 65세로 목회의 마무리를 준비하던 2022년 초, 교계의 어른이신 박희민 목사님께서 저를 불러 퇴임 후의 계획에 대하여 물으셨습니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사역하는 ‘재미한인기독선교재단(KCMUSA)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습니다. 병환을 위해 쓰는 약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며, 공적인 사역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의 훌륭한 사역을 잇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자리라도 좀 지키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2022년 12월 4일은 충현선교교회의 담임목사 이취임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젊은 원로목사가 되었고, 국윤권 목사님이 교회에 3대 담임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날 박희민 목사님께서 은혜스런 설교로 축복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설교를 들으면서 깜짝 놀란 것은 20년 전 저의 담임목사 취임식 때, 박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은혜를 물에 새겼구나!” 저는 저의 망각을 탓하였습니다. 목사님은 저의 사역의 시작과 마지막을 말씀으로 인(印)치셨고, 저를 새로운 사역으로 나가도록 물꼬를 트셨습니다. 

   

목사님께서 돌아가시던 26일 이른 아침, KCMUSA 직원의 소식을 듣고, 멀지 않은 곳에 사시는 목사님께 위로 심방을 갔습니다. 박영자 사모님과 아들 피터 장로님과 그리고 따님 조이께서 우리를 맞아주셨습니다. 2층 침대에 계시던 목사님의 얼굴은 마지막 투병을 하신 분 치고는 너무 평안하게 주무시는 것 같았습니다. 영적 거인이 조용히 누워계셨습니다. 사모님의 사랑과 국경을 넘어오신 아들 박 장로님과 딸 조이의 배려 속에서 목사님의 영혼이 천국으로 이주하셨습니다.

   

우리에게 계셨던 거대한 산 같으신 목사님, 높은 산이고 아름다운 산이셨습니다. 목사님을 멀리서 보면 좋고 가까이서 보면 더 친근했습니다. 그 산은 우리에게 기댈 언덕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파수꾼의 정상으로 우리를 인도하셨고, 계곡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은밀한 일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쉴 만한 좋은 산이요, 예수님 향기 날리는 은혜로운 꽃동산이셨습니다. 크고 높은 산이라 생수를 흘려주는 즐거운 명산이었습니다. 많은 인재를 기르시며, 선교적인 사역을 통하여 메마른 곳을 챙기셨습니다. 

   

크고 높은 산이 다양한 모습을 가진 것처럼, 박희민 목사님께는 다양한 특성들을 가지셨습니다. 그리고 대조되는 특성들이 목사님의 인격 안에서 신비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예수를 믿고 가문에서는 파양(罷養)의 당혹스러움을 겪었지만, 교회에서는 기둥 같은 지도자로 초대되었습니다. 1960년대에 목사님은 에티오피아로 떠나 선교사로 숨겨졌지만, 토론토와 LA의 한인교회에서는 목사님을 이민교회의 지도자로 찾아냈습니다. 높은 실력을 쌓은 투철한 학자이지만, 따뜻한 정감을 가진 목회자였습니다. 40권에 가까운 저술을 내었지만, 지식을 자랑하는 현학적인 풍모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학자이며 영성가, 이론가이며 실천가, 치밀한 행정가이지만 포기하고 내어놓는 나눔의 달인이었습니다. 열정적인 복음 전도자요 선교사이자 선교 동원자셨으며, 이민 사회를 보듬고 섬긴 지도자이자 컨텐츠 제작자였습니다. 몸으로 사랑을 보여준 이웃이자, 마음으로 가족을 품었던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셨습니다. 

   

그 산 그늘이 갑자기 걷히매, 우리 모두가 슬퍼합니다. 가장 가까이에 계시던 보화가 사라지매, 그 아쉬움이 넘쳐 슬픔으로 터집니다. 그러나 엘리야가 떠난 뒤에 엘리사에게 갑절의 영감을 부으신 것처럼, 후학, 제자, 그리고 따르던 성도들에게 갑절의 영감으로 부으시길 기도합니다. 떠나신 목사님, 생전의 기도가 구름 되어 우리를 덮으시고, 비 되어 후대를 키우시길 기원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재단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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