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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테크놀로지와 역사의 교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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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04-28 | 조회조회수 : 2,6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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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에 들어와 목회를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목양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퇴임할 때까지 약 20년 동안, 1,000개에 가까운 칼럼을 썼습니다. 세계 각처로 선교여행을 다니면서도, 어느 곳에서나 칼럼을 쉬지 않고 써서 보냈습니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농촌, 일본의 다다미방에서, 캄보디아의 산골에서, 시킴과 부탄의 인터넷 방에서, 그리고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식당에서나 어디서든, 목양 단상과 목회서신을 미국의 교회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신세대는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매하며, 물건을 택배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유명 서점들이 문을 닫고, 영화와 드라마를 빌려주는 대여점들이 벌써 사라졌습니다. 설교 준비를 위하여, 컴퓨터로 세상 구석구석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 많은 자료를 찾고, 읽고, 소화할 수 있는 놀라운 시대가 눈앞에 활짝 열렸습니다. 

   

이제는 자료수집을 넘어서, 엄청난 정보를 축적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질문하는 것에 대한 답을 순간에 받을 수 있습니다. 법률, 신앙 상담, 논문 쓰기, 작곡, 번역 등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번역기를 사용하여 영-한 번역을 했습니다. 아직 정밀하지는 않지만, 60-70% 정도의 정확도로 일정 분량의 번역을 5초 이내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놀라움과 두려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이제 현기증 나는 미래를 열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의 약진에 대하며, 혼돈과 부적응을 느낍니다. 휴대폰과 컴퓨터의 기능을 다 알지도 못하는데, 이제 인공지능의 능력과 기능에 압도되어 기계의 종노릇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더욱이 이 후기정보화 사회에서 우리의 신앙의 영역은 존재할지 질문하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에드문드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이라는 철학자는 과학주의, 합리주의와 실증주의가 팽배한 세상 가운데서, 인문학, 철학과 심리학의 영역을 지키는 “현상학”(phenomenology)이라는 철학적 방법론을 주창했습니다. 후설은 과학적 패러다임만으로 이 세상을 모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마틴 하이데거와 한스 가다머와 같은 학자들은 이를 해석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상징과 은유의 해석, 문학작품이라는 텍스트, 인간의 심리학, 미학의 영역과 종교현상은 과학적 잣대의 한계를 보이는 영역입니다. 

   

과학적 방법론이 멈추고, 수학적 계산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 철학과 인문ㆍ사회과학의 대상인 인간은 과학적인 법칙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의 자발적 의지, 이에 따르는 오류의 가능성 즉 가류성(可謬性, fallibility), 그리고 죄에 잠식된 인간성은 과학적 측정의 한계가 있습니다. 신비적 차원의 사건인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은 역사를 관통하며 새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종말론적 사건으로 존재합니다.

   

과학기술의 차원과 함께, 인간의 윤리적 차원과 종교적 차원을 망라하는 다양한 지식은 어거스틴에 의하면, “역사의 교향악”(the symphony of history)입니다. 인간의 존재론적 차원은 다양합니다. 역사의 의미는 교향악처럼 다차원적이며, 일차원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너무도 풍성합니다. 과학이 전부가 아니며,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도구이며, 도구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오직 테크놀로지로만 세상을 해석할 때, 그것이 우상이 되고 이데올로기가 됩니다. 그것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신뢰는 우상숭배입니다. 존엄한 인간은 도구를 섬길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다스려야 합니다. 그는 왕이신 하나님의 형상이요,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재단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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