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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델리키트 아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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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06-23 | 조회조회수 : 2,9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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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보고 싶었다. 단출한 여행팀이 3박 4일의 목표로 삼은 것은, 750마일, 1,200킬로미터, 3,000리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너, ‘델리키트 아치’(Delicate Arch)였다. 너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아치스 내셔널 파크’(Arches National Park)의 백미(白眉)였다. 그곳에 서 있는 너를 보지 않고는 아치스 국립공원에 갔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너를 찾아 바삐 달리고 또 달렸다. 


그 국립공원 안에 있는 2,000개의 아치 중에서 가장 “델리키트”한, 다시 말하자면, 섬세하고, 정교하고, 부서지기 쉽고, 달콤하며, 신비스럽고, 우아한 너였기 때문에, 너를 실제로 만나는 순간 우리의 피곤은 모두 경탄으로 바뀌었다. 강풍에 쓰러질듯한 모습으로, 지진을 견딜 수 없는 연약함으로, 마음을 비워 백리 밖 눈 덮인 산을 멍 뚫린 네 마음에 품은 채로, 긴 세월의 풍상을 몸에 새긴 채로,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는 너는 첫눈에 풍족한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실 나는 너 때문에 얼마나 질타받았는지 모른다. 2017년 안식 학기를 맞이하여 대륙횡단을 계획하던 우리 부부는 등산가, 여행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교회의 집사님 부부를 만났다. 그리고 그분을 통해 꼭 들려야 할 국립공원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그때 집사님은 ‘아치스 내셔널 파크에 갔었느냐’ ‘델리키트 아치에 들르셨느냐’ 물으시길래, 무심코 나는 ‘오래 전에 가기는 했지만, 델리키트 아치는 안 갔었다’ 하였다. 집사님은 당장 말씀하시기를 ‘델리키트 아치를 못 보았으면, 그 국립공원을 갔다고 할 수 없다,’ ‘저는 열세 번 가서 열세 번 보았다’ 잘라 말씀하셨다. 

   

캘리포니아주의 기념 쿼터 동전에 요세미티의 해프 돔과 존 뮤어(John Muir)가 있듯이, 유타주의 기념물이 담긴 동전의 상징물은 그러고 보니 델리키트 아치였다. 유타주의 자동차마다 번호판의 상징물이 델리키트 아치인 것을 보면, 그곳 공원에 가서 너를 보지 않은 것은 완전히 무지의 소산이라는 생각이 맞았다. 그렇게 꾸중을 듣고 나서 6년이 흘러갔다. 목회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팬데믹 시간에 시작한 아내의 공부가 마쳐지면서, 졸업여행을 빙자하여 너를 찾으므로 나의 수치를 씻었고, 너에 대한 무시와 무식을 비로소 떨쳐버렸다. 

   

나는 너를 ‘신의 지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너를 대지에 새겨진 ‘언약의 무지개’라고 생각한다. 그 언약은 인류의 생존과 존립에 대한 약속이다. 나는 유타주와 아치스 국립공원의 퇴적암, 엄밀하게 말하면 그 두꺼운 석회암이나 사암(砂岩, sandstone) 지층이 수억 년에 걸쳐서 생성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천지개벽의 증거이다. 그 지층의 균일함과 정밀한 구성은 엄청난 물이 무섭게 흘러간 거대한 흔적이다. 격렬한 홍수심판의 흔적이다. 그래서 그 안에는 갑자기 토사에 덥혀 죽은 수많은 동식물의 화석이 그 증거물로 발견된다. 이것은 장구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급작스런 사건의 흔적이다. 사건 이후에 형성된 골격 위에, 수천 년 장구한 시간에 걸쳐서 발생한 풍화작용이 지금의 너를 더 미묘한 아름다움으로 치장시켰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네가 하나님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아아! 심판의 흔적이 이리도 아름답고 섬세하다니!

   

그 심판의 물결과 바람으로 세상이 덮이고, 물이 물러가는 중에 하나님이 너를 남겼다면, 이는 분명히 주가 우리에게 남긴 정교한 소통의 증거이다. 이는 조물주의 섬세한 ‘싸인’(sign)이다. 그분이 정상의 바람결로 말씀하시는 것 같다. 산 기도 가는 사람이 한 시간 정도 올라가 땀을 닦는 그 장소에서, 마지막 순간에 바위 모퉁이를 올라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기적처럼 나타난 너를 통해 주의 말씀을 듣는 듯하다. “홍수로 세상을 바꾸는 중에라도 나는 사랑을 잃지 않는다!” “이 아치를 깎은 물은 인류를 향한 나의 눈물이다.” “네가 본 것은 나의 깨어진 사랑의 표시이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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