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훈의 書架멍] 내 書架 터주대감 1-5 > 칼럼 | KCMUSA

[조승훈의 書架멍] 내 書架 터주대감 1-5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칼럼

홈 > 목회 > 칼럼

[조승훈의 書架멍] 내 書架 터주대감 1-5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3-10-17 | 조회조회수 : 4,800회

본문

힘든 청소부였지만 일도 익숙해지고 정신적 여유는 생겼지만 아침, 점심과 주말 끼니 때우기가 버거웠다. 비록 저녁은 항상 푸짐했지만... 헌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박김치는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서 무, 배추를 소금에 절인 다음 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로 양념해서 물을 부어 놓으니 보기에 그럴 듯했다.  


머리를 좀 굴려, 김치병을 방 한 구석 세면대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그 밑에 놓으면 몇 시간에 익어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해놓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야단이 났다. 세면대가 막혀 뜨거운 물이 아래층으로 새는 사고가 난 것이다. 결국 몇 달 만에 그 아파트에서 쫓겨났는데, 돈 여유도 좀 생기고, 마침 아내가 합류하니 좀 괜찮은 곳으로 옮길 예정이어서 차라리 잘되었다고 여겼다. 


세상일이란 게 참 재미있고 묘한 것이 15년 후, 형을 따라 도미한 최한성 동생이 바로 그 집과 가게의 주인이 되어 한동안 내가 쫓겨난 거기는 최씨네 본거지가 되었다.                  

청소 일은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대부분 매우 건실한 라틴계 이민자들, 또 작가가 되려는 사람, 낮에 그림을 그리려는 화가, 프로골프 지망생도 있어서 그들과의 교류는 재미도 있었고 배울 것도 많았다. 정말 좋았던 건 저녁 식사, 2천명 이 근무하는 큰 회사 직원들 식사는 매우 훌륭했다. 식당은 맨 위 8층에 있었다.


식탁 주변은 여기저기 안락의자에 그랜드 피아노까지 있는 휴식 공간으로, 남북으로 난 커다란 유리창은 금문교를 포함한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온 시내를 다 내려다볼 수 있고, 밤에는 더욱 좋은 휴식처이기도 했다.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달이 시내를 밝히는 어느 날 밤, 황홀한 분위기에 헷가닥한 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피아노에 앉아 베토벤 월광곡을 쳐 대니 여기저기 동료 청소부들이 몰려들면서 야단이 났다.


그게 계기가 되어 내가 대학까지 나온 걸 알게 된 Building Superintendent가 낮에 일하는 정식 직원이 되면 학비까지 대주는데 왜 청소부 고생을 하느냐면서 사무직으로 이직을 권했다. 

 

얼마 후 나는 미국 사람 5중 2명이 고객인 큰 보험회사, Metropolitan Life Insurance의 사무직원이 되었고, 10여 년 일을 한 덕분에 죽을 때까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연금을 받게 되었다. 


밤 일에서 낮 일로, blue-collar work(육체노동)에서 white-collar work(정신노동)으로 옮기는 게 그저 단순, 간단해 보이지만 나에겐 참 힘든 변화였다. <계속>


조승훈 

서울 고등학교, 고려대학 법과대학, University of San Francisco MBA.

San Francisco 번화가 California & Pork Street 교차점 케이블카 종점 책방 경영

1986~2018년까지, 한국으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책을 직접 선정해서 보냄 

매주 주간매경 서평 8년, MBC 일요일 아침 “독서와 인생” 라디오 프로그램 3년 진행

코매디안 조모란(Margaret Cho) 씨 부친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01,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