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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일기] 이른 나이에 떠난 위대한 학자이자 스승님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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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8-24 | 조회조회수 : 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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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예기치 않게 또 하나의 슬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휘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복음주의권의 떠오르는 조직신학자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는 신임 Ph.D. Program Director로서 저의 학업을 엄정하게 심사하고 이끌어 주었던 선생님이셨습니다.


다니엘 J. 트라이어(Daniel J. Treier, 1972–2025)


그는 미국 복음주의 신학계를 대표하는 조직신학이자 성경의 신학적 해석(Theological Interpretation of Scripture) 분야의 권위자였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서 성장한 그는 Cedarville University를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한 후, Grand Rapids Theological Seminary에서 M.Div. 와 Th.M.을 마치고,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에서 케빈 밴후저 교수의 지도 아래 조직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트리니티 대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29세이던 2001년부터 휘튼 대학교 교수로 봉직하며 신학과 대학원 교육에 헌신했고, 일찍이 Gunther H. Knoedler 석좌교수가 되어 Ph.D. Program Director를 역임했습니다.


그는 Introducing Theological Interpretation of Scripture, Introducing Evangelical Theology, Lord Jesus Christ 등 다수의 영향력 있는 저서를 집필하며 성경 해석, 조직신학, 복음주의 신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학문적 탁월함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멘토십으로도 깊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5년 말, 전이성 폐암과의 짧은 투병 끝에 53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는 참으로 빛나는 학자였습니다. 젊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과 균형 잡힌 학문성을 지녔고, 명료한 글과 뛰어난 저작들로 휘튼 대학원을 대표하는 신학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저보다 두 살이나 연배가 낮았지만, 학문 앞에서 보여준 그의 엄정함과 신앙 앞에서 보여준 그의 진실함은 언제나 깊은 존경심을 품게 했습니다. 그는 제게 나이와 상관없는 참 스승이었습니다.


지난주 동료 원목으로부터 다니엘 교수님의 아내(Amy Black Treier)와 외동딸(Anna Treier) 이 그의 빈자리를 너무도 힘겨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에이미 사모님은 MIT 정치학 박사 출신의 휘튼 대학교 정교수로, 2001년 함께 휘튼에 부임해 신임 교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결혼하신 '휘튼 공식 교수 커플' 로 유명했습니다. 그렇듯 사랑하던 동료이자 남편의 때 이른 죽음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딸 안나 역시 아직 18세의 어린 고등학생이니 아빠의 부재가 너무나 힘들 것입니다. 남겨진 가족들이 얼마나 큰 상실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요.


병원과 호스피스에서 사역하며 저는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보았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의 눈물을 함께 흘리는 일도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저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선생님의 죽음을 마주하니 마음 한편이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죽음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아왔음에도 존경하던 분의 부재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슬픔입니다.


‘주님, 왜 이리 빠른 때였습니까?’ ‘왜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고, 교회와 학문을 위해 참으로 귀하게 쓰임 받던 이 젊고 유능한 학자를 폐암으로 그리 빨리 데려가셨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끝내 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경륜 앞에 서 있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욥이 그랬고, 시편 기자들이 그랬으며, 오늘을 사는 우리도 같은 질문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믿습니다. 그의 생애는 짧았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남긴 저술들은 여전히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길을 비추고 있으며, 그의 강의실에서 배움을 얻었던 수많은 제자의 삶 속에는 지금도 그의 가르침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진리를 향한 헌신과 선한 영향력은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주님, 이 땅에서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고자 평생을 헌신했던 주님의 종 다니엘을 당신의 평안한 품에 안아 주옵소서. 그리고 남겨진 에이미 사모님과 안나에게 사람의 말로는 채울 수 없는 위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또한 그가 남긴 가르침을 기억하는 저 역시, 주어진 시간의 길고 짧음에 연연하기보다 오늘 맡겨진 사명의 길을 더욱 겸손하고 담대하게 걸어가게 하옵소서.


"의인을 기억함은 복이 되느니라 (זֵכֶר צַדִּיק לִבְרָכָה)."(잠언 10:7)


신동수 목사(병원/호스피스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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