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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데카르트와 리쾨르의 다른 코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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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3-11-10 | 조회조회수 : 4,2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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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근대 합리주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출발점은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주체, 곧 “코기토”(Cogito)입니다. 데카르트에게는 생각, 즉 이성적 판단이 존재의 근원입니다. 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고 말하며,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를 이성에서 찾았습니다. 데카르트의 자아(自我)는 따라서 주관적 의식을 가지고 초월적인 위치에 있는 자아입니다. 육체와 거리를 둔 주체입니다. 

   

폴 리쾨르는 데카르트의 코기토, 즉 데카르트의 주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리쾨르는 데카르트의 코기토가 ‘상처 난 자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당시의 여러 철학자의 영향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당시의 합리주의와 이에 따른 과학주의를 반대한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드 훗설(Edmund Husserl, 1859-1938)은 리쾨르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리쾨르는 실존주의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 1889-1973), 인간의 신체를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았던 모리스 멜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와 같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리쾨르는 2차 대전이 끝난 후 르 샹봉 쉬르리뇽(Le Chambon-sur-Lignon)에서 중고등학교 철학교사를 하면서, 1948년 부활절에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였습니다. 지난주에 잠시 언급한 『가류적 인간』(1960)과 『악의 상징』이 나오기 10년 전, 1950년 그는 자신의 학위논문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을 출판합니다. 그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주장을 위하여, 감성을 강조하는 ‘낭만주의’나 의지를 강조하는 ‘주의주의’(主意主義, voluntarism)의 편에 선 것이 아니라,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의 화해(reconciliation)를 이루려고 합니다. 리쾨르는 의지적인 주체가 신체라는 비의지적인 것에 어떻게 육화되고, 정신과 육체가 이루는 조화를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면, 리쾨르는 “나는 결정한다”(I decide)고 말합니다. 의지적 인간의 핵심적인 모습은 결정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결정하는 것은 머리로 시작합니다. 생각으로 계획(project)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은 계획이나 동기(motivation)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집니다. 행동으로 옮겨진다는 것은 당연히 육체의 움직임을 동반합니다. 나의 결정은 그러므로 “나는 움직인다”(I move) 곧 신체의 참여로 귀결됩니다. 나의 자발적인 의지는 나의 비자발적인 신체의 참여를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나의 의지를 행사하는 1단계가 나의 육체를 움직이는 2단계 행동에 이른 사람은 3단계의 나는 동의한다(I consent)는 내면의 허락이라는 단계에 이릅니다. 나의 동의와 허락은 이제까지 비의지적 단계에 있었던 나의 내면이 동원되는 또 다른 비의지적인 것의 활성화라는 계기를 맞이합니다. 동의와 허락을 통해 동원되는 것은 리쾨르에 의하면, 행위자의 성품, 무의식 그리고 생명입니다. 이로써 의지적 결단을 집행하는 인간은 다른 어떤 사람이 이룰 수 없는 독특한 자신만의 행동이라는 결과를 통해서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리쾨르의 주장은 그러므로 중세의 은총/자연(Grace/Nature)의 이분법을 근대적으로 변화시킨 자유/자연(Freedom/Nature)의 이분법을 설명하되,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으로 바꾸어 표현합니다. 그리고 모더니즘이 창일한 세상에서 포스트모던적 세계관을 제시하여, 결정하는 실존적 인간상, 행동하는 윤리적 인간상 그리고 허락하고 동의하는 화육(incarnation)의 인간상을 제시함으로 그의 개신교적 신앙를 승화시켜 의지의 철학을 주창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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