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하루 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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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년 전인 2003년 12월 14일, 일본의 고우치현에 있는 고우치(高知) 경마장은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일류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중앙 경마장에서 밀려났거나 은퇴 직전의 경주마, 혹은 다른 경마장에서 받아주지도 않는 삼류 경주마가 참가하는 최하급 지방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경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고우치 경마장에는 지역주민들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찾아온 단체관람객 수천 명과 32개 언론사에서 나온 10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북적였습니다.
이들의 관심은 작고 늙은 경주마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그 말은 단 한 번도 승리한 적 없는 ‘하루 우라라’라는 이름의 경주마였습니다. ‘하루 우라라’라는 이름은 ‘화창한 봄날’이라는 뜻이지만, 경주마로서 ‘하루 우라라’는 화창한 봄날이 아니라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1등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모두 패배라고 여겨지는 경마에서 매번 열심히 달리기만 할 뿐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우라라'는 태어날 때부터 발목은 가늘고 몸집이 작았습니다. 다른 말에 비해 폐활량도 떨어져 처음부터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성격도 예민해 경주 전에는 여물도 먹지 않아 정작 경주에 나가면 힘을 못 썼습니다. 네 살을 전성기로 치는 경주마에게 여덟 살인 ‘하루 우라라’는 은퇴할 시기를 한참이나 지난 노쇠한 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경마장에 모인 그날은 ‘하루 우라라’가 100번째 경주에 도전하는 날이었습니다. ‘과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한 번의 패배로 100연패를 하게 될 것인가?’ 사람들의 열띤 관심과 응원에도 불구하고 ‘하루 우라라’는 그날도 어김없이 우승에 실패했지만,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비록 ‘하루 우라라’가 100번 연속해서 패배했지만, 100번 연속해서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매번 달리지만 우승 한 번 못 하고, 꼴찌만 하는 ‘하루 우라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우라라’는 경제 위기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해 여러 차례 다른 직장을 찾아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을 인생이 패배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하루 우라라’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냈습니다. 말기 암 환자도 ‘하루 우라라’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폐장 위기에 처해있던 고우치 경마장은 ‘하루 우라라’의 인기와 더불어 다시 살아났습니다. 1등만 박수받는 세상, 빠름의 미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달릴 때마다 꼴찌를 도맡아 하는 경주마를 응원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전력 질주하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하루 우라라’는 은퇴할 때까지 113번 경주에 나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승은 못 했지만,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우라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신앙인의 삶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라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신앙인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습니다. 성실과 인내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인정은 늘 다른 사람의 몫이 될 때가 많습니다. 열심히 기도하는데 기도한 대로 되기보다는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믿음이 약해지는 것도 경험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루 우라라’는 오늘도 열심히 기도하며 믿음의 경주를 하라고 말해줍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다니엘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저녁에 열리는 기도회가 올해로 7년째를 맞았습니다. 매년 간절한 기도의 제목을 가지고 모이는 자리입니다. 문제를 바라보고 기도하는 자리가 아니라 해답을 놓고 기도하는 자리입니다. 한계를 뛰어넘는 믿음과 사랑, 감사를 누리는 자리입니다. 기도하는 자리가 응답받는 자리가 되고, 일상의 자리가 거룩한 예배의 자리로 바뀌는 신비가 있는 기도회입니다.
여전히 세상은 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어려운 일이 끊이지 않고 다가옵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기도회를 통해 여러분 모두가 기도 응답을 받고,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만을 자랑하시는 간증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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