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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트럼프 2기 내각의 신학적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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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5-08 | 조회조회수 : 1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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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트럼프 행정부에는 기독교 진영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우선 보수적 가톨릭 신자로 부통령 J.D. 밴스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션 더피 교통부 장관이 눈에 띕니다. 특히 9명의 자녀를 둔 독실한 신자인 션 더피 장관은 “아이들을 하버드에 보내는 것보다 천국에 보내는 것이 내 본분이다”라고 공언할 만큼 신앙 중심적인 삶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가톨릭 배경을 가진 인사입니다.

   

개신교 진영에도 전통적인 복음주의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럼프의 오랜 영적 조언자인 폴라 화이트는 ‘백악관 신앙 사무국(White House Faith Office)’을 이끌며 기독교적 가치 수호와 종교의 자유, 그리고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수 세기 동안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프랑스 개혁교회 위그노(Huguenot)의 영적 후손이며,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감리교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기독교 우파를 대변하는 다양한 개신교 신앙의 소유자들입니다.

   

트럼프 내각 내 개신교 인사 중 가장 강경한 노선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전 국방부) 장관입니다. 그는 전통적 기독교 우파의 입장을 넘어선 신념을 보여줍니다. 신앙을 낙태 반대, 종교 자유, 가족 보호와 같은 정책적 정당성의 기초로 삼는 차원을 넘어, 국가 체제 자체를 기독교적 가르침 위에 재건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월 21일 백악관 ‘주지사 만찬’에서 대표 기도를 맡았습니다. 그는 기도 중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 왕이신 예수님!”을 호명하며, “겸손히 주님의 보좌 앞에 나아와 섭리 가운데 베푸신 모든 일로 인해 주님을 찬양합니다”라고 간구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조지 워싱턴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나님의 은혜 속에 있었음을 고백하며, 미국이 “하나님 아래 한 나라(One Nation under God)”로 존재해 왔음을 강조했습니다.

   

헤그세스는 극보수 성향의 ‘복음주의 개혁교회 연맹(CREC)’ 소속으로, 이 교단은 칼뱅주의 전통 중에서도 ‘기독교 애국주의’를 강력하게 표방합니다. 이들의 애국주의는 단순한 종교적 선호를 넘어 몇 가지 지적 전통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신율주의(Theonomy)’ 그룹입니다. 철학자 러시두니(R. J. Rushdoony), 경제학자 게리 노스(Gary North), 신학자 그레그 반슨(Greg Bahnsen)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교육, 법, 정치, 문화 전반에 구약성경의 율법이 현대적으로도 실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성경의 도덕법과 시민법이 오늘날에도 구속력을 가진다고 믿기에 ‘재건주의자(Reconstructionist)’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기독교 기반 보수 정치운동은 ‘국가적 신앙고백주의(National Confessionalism)’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연방헌법 전문부터 각종 법률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적 신앙고백을 가시화하고, 사회ㆍ정치적 영역에서 기독교적 영향력을 확산시켜 명실공히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지금 현대에 재현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반기독교적 정치운동과 세속 지성계에 대한 반작용인 동시에, 정교분리의 원칙 속에서도 꾸준히 지속되어 온 미국의 정치-종교적 유대감이 표출된 결과입니다. 다만, 20세기 이후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발전한 ‘신칼뱅주의(Neo-Calvinism)’적 입장은 이러한 신앙적 열광주의가 빠지기 쉬운 정치적 일방주의를 방지하는 신학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 카이퍼, 헤르만 바빙크, 제임스 스킬렌, 리처드 마우 등이 견지한 신칼뱅주의는 그리스도의 왕권을 인정하면서도, 그 통치가 각 사회영역의 고유한 원리를 통해 드러난다는 ‘영역주권’을 강조합니다. 이는 기독교 열광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타 종교인이나 비신자에 대한 소외를 완화하고, 다원주의 사회 내에서 각 영역이 고유성을 잃지 않고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합니다. 

   

미국 기독교 정치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분파가 존재합니다. 메노나이트(Mennonite) 계통의 평화주의는 기독교인의 정치참여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라는 공동체로 한정하며, 교회에 충실한 것이 가장 큰 사회참여라고 봅니다. 반대편에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통해 소외된 이들을 구원하자는 해방신학적 선택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미국 정치사에서 이 두 입장은 현재의 보수적 기독교 운동만큼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미국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 결과를 거둘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행정부가 이전 시대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담론을 넘어서는 효과적 대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긍정적인 사회적 결과를 통해 그 가치가 검증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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