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세상읽기] 문화 강국을 넘어 AI 시대 새로운 청사진을 쓰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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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부터 24일까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고, 브라질이 보유한 세계 최대 수준의 희토류와 핵심 광물 자원에 한국의 첨단 기술력을 결합하는 자원-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농업, 우주산업,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도 합의됐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양국이 'AI 기본사회'에 관한 공동연구와 정책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단순한 기술 협력의 틀을 넘어, AI 시대의 사회적 설계 자체를 함께 고민하겠다는 선언이다.
한국이 추구하는 'AI 기본사회'의 개념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피터 틸, 샘 알트만,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빅테크 엘리트들의 모델은 AI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를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에게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복지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AI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극소수의 자본 권력에 집중시키는 구조다.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상이다.
한국의 접근은 다르다. AI 기술 혁신으로 얻은 생산성 향상과 이익을 소수 거대 자본이 독식하는 구조를 지양하고, 모든 시민이 그 결실을 고루 나누는 시스템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 인공지능 전략위원회와 AI 안전연구소를 출범시켜 거버넌스의 뼈대를 구축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컴퓨팅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등 핵심 동력에 투자하고, 여기서 창출된 수익을 전 국민에게 배당 형태로 환원하는 모델을 추진 중이다. AI를 헌법적 권리로 명문화하는 입법도 논의되고 있다. 청년과 소외계층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여기서 브라질의 역할이 빛난다. 룰라 대통령은 집권 1기(2003~2010년)에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가족 수당)' 정책을 통해 수천만 명의 극빈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렸다. 이 정책은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연평균 4%대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뚜렷하게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현실적으로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모델이다.
한국이 설계하는 AI 기본사회의 청사진에, 브라질이 현실에서 검증한 분배와 포용의 경험이 더해진다면, 이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강력한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의 AI 규제법(AI Act)이 전면 시행되기 전인 향후 2~3년은 사실상 글로벌 AI 규범의 표준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 동안 한국이 충분한 사회적 실험과 정책적 성과를 축적하고, 브라질이라는 글로벌 사우스의 대국과 함께 그 모델을 다듬는다면, 'K-AI 거버넌스'는 단순한 국내 정책을 넘어 세계가 참조할 수 있는 표준이 될 수 있다.
과거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도 선진국의 공인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BTS가 빌보드를 점령하고, 봉준호가 아카데미를 휩쓸었듯이, 지금의 한국은 스스로 기준을 만드는 나라다. K-문화를 넘어 K-민주주의, K-AI가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날이 멀지 않았다. 한국이 AI 시대를 견인해 갈 것이라는 기대에 마음이 뿌듯하다.
이재호(유튜브 ‘시니어 밸리 TV’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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