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꾸준함이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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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단골 아침 뉴스 방송은 NBC 방송의 투데이(Today) 쇼다. 로컬 뉴스가 나오다가 오전 7시를 땡 치면 그때부터 전국 뉴스다. 서배나 거스리(Savannah Guthrie)와 크레이그 멜빈(Craig Melvin)이 공동 앵커로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웨더맨 알 로커(Al Roker)가 나온다. 흑인이다. 그런데 나는 방송에서 이 사람만큼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 같은 푸근함을 느끼게 하는 인물을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NBC에 입사한 지 지난주로 3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뉴스를 진행하는 동안 뉴스 앵커와 날씨 앵커들이 여럿 등장해 그의 30주년을 축하하느라 방송이 떠들썩했다.
알 로커는 단순히 날씨를 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루의 온도를 사람의 온기로 데워주는 존재라고나 할까. 그는 기상 캐스터이지만, 사실상 아침을 여는 목회자 같은 사람이다. 불확실한 하루 앞에서 “오늘은 조금 쌀쌀합니다. 하지만 곧 해가 납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출근길의 마음가짐이 된다.
그는 웃음을 억지로 만들지 않고, 진지함을 무겁게 끌고 가지 않는다. 허리케인 현장에서든, 맑은 봄날의 야외 생방송이든 그는 늘 우리에게 푸근함을 전한다.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태도 - 그것이 알 로커의 힘이다.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평가 속에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그는 1996년 Today Show의 공식 기상 캐스터가 되면서 전국적인 얼굴이 되었다. 그로부터 30년, 그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대에, 같은 톤의 신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방송계에서 30년은 한 세대가 바뀌는 시간이다. 강산이 변해도 세 번이나 변했을 그 긴 세월 동안 포맷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고, 스타가 뜨고 지는 동안에도 그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그 사이 그는 비만으로 인해 수술을 받기도 했고, 암 수술을 받고 투병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나누었다. 수술 후 집에서 재활하는 모습, 가족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난관을 헤쳐 가는 모습…. 그런 장면들을 통해 그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공감을 주었다. 그는 완벽해서 존경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솔했기에 신뢰받는 사람이었다.
알 로커를 설명하는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단연 ‘꾸준함’일 것이다. 그는 지금도 매일 새벽 3시에 기상한다고 한다. 날씨 자료를 확인하고, 위성 지도와 기류 변화를 점검하며, 오늘 하루 시청자들에게 어떤 톤으로 말을 건넬지를 준비한다. 화려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지만, 바로 그 시간들이 30년을 만들었다. 새벽 3시에 시작되는 30년의 꾸준함! 위대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은 성공을 재능에서 찾는다. 그러나 알 로커의 삶은 분명히 말해 준다. 성공은 반복된 성실함의 다른 이름이라고. 그리고 그 꾸준함이 바로 실력이라고.
내가 시골 국민학교를 다닐 때, 교실 환경미화용으로 담임선생님이 큰 글씨로 써 붙여 놓은 문구가 하나 있었다.
“한결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그때는 그런 무시무시할 정도로 훌륭한 말씀을 가슴에 품고 곱씹으며 살아갈 나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문구는 어른이 되고,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금언 중 하나다. 결국 ‘한 우물을 파라’는 인생의 교훈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우물을 팔 기력도 없고, 바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신세도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알 로커의 기상 캐스터 30주년 축하 방송을 보면서, 인생을 다 산 것처럼 허무주의에 빠지려던 내가 문득 부끄러워졌다.
“그래, 꾸준함이 실력이야!”
그리고 깨달았다. 한 자리를 오래 지킨다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다는 뜻이 아니라 신뢰를 쌓았다는 증거라는 것,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삶은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사명에 대한 충성이라는 것, 밝음은 성격이 아니라 선택이며, 긍정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이라는 사실 말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알 로커의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보다 먼저 전해지는 것은 “오늘도 괜찮을 거예요”라는 그의 조용한 긍정의 메시지다.
이민 와서 한 교회를 한결같이 섬기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그 꾸준함, 그게 실력이다. 힘들고 때로는 귀찮아도 새벽예배를 위해 교회당으로 향하는 그 꾸준함, 그게 실력이다. 세속주의, 물질주의, 쾌락주의, 별의별 사상과 주장이 물밀 듯 밀려와도 “나는 예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고백하는 그 꾸준함, 그게 실력이다. 믿음의 실력이다.
금년에도 한결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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