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로 행진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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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열리던 ‘남가주 여선교회 연합회 선교 찬양제’가 팬데믹과 교단 이슈로 지난 수년간 열리지 못했습니다. ‘선교 찬양제’는 남가주 한인연합감리교회의 가장 큰 행사로 1,000명 이상이 모여 찬양을 통해 선교의 뜻을 모으는 귀한 행사였습니다.
올해 선교 찬양제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아직은…….’이라고 하면서 말끝을 흐렸습니다. ‘아직은 모이기가 힘들 것이다.’ ‘아직은 그런 큰 행사를 하기 어렵다.’ ‘아직은 교회별로 분위기가 모이지 않았다.’ 등등 여러 부정적인 뜻이 담긴 ‘아직은’이라는 말에 가로막혀 있을 때, 남가주 여선교회 연합회 임원들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언제까지 ‘아직은’에게 발목을 잡혀 있을 것인가? ‘이제는’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는 도전적인 질문과 함께 행사를 계획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교회가 참여할지도 몰랐습니다. 평소에 열리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리기에 시설과 주차장, 행사 후 친교를 나눌 장소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행사이니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돕기로 했습니다. 제 아내는 곡을 선정하고, 악보를 고치고, 파트별로 녹음하는 등 찬양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곡이 ‘주께로 행진하세!’라는 찬양입니다. 우리 교회 여선교회 회원들은 주일 오후마다 모여 찬양 연습을 했습니다.
이 곡은 원래 흑인들이 부르던 노래였는데, 1938년 루이 암스트롱이 재즈풍으로 부르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곡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나팔 소리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나팔을 불겠다고 자원했습니다. 물론, 아내가 말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악기는 소프라노 색소폰인데, 10년 가까이 장롱 속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오래전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LA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한 해인 2015년이었습니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속회별 찬양제를 열었고, 저는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순서가 되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힘차게 숨을 불어넣었는데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시 불어도 보았지만, 소리가 안 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삑 소리 몇 번 내다가 내려왔습니다.
나중에 보니 물리적 충격으로 한쪽 부분이 휘어졌기 때문임을 알았지만, 그때 생긴 트라우마로 남들 앞에서 색소폰을 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고장 난 악기는 수리했고, 시간도 많이 지났기에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작곡을 전공한 집사님께서 소프라노 색소폰에 맞게 편곡한 악보와 듣고 따라 할 가이드 음원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제 연습만 하면 되는데, 오랜만에 잡아 보는 색소폰이었기에 손가락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악기의 음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호흡도 모자랐고, 안정적으로 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입술 근육을 형성하기에는 연습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우리 교회 여선교회 회원들이 정성으로 준비한 아름다운 찬양에 적어도 방해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지난 주일 예배 시간에 여선교회 회원들과 함께 특별 찬양을 드렸습니다. 설교를 마치자마자 색소폰을 잡는 바람에 마음은 분주했지만, 크게 틀리지 않고 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선교 찬양제에서 함께 찬양했습니다. 낯선 자리에서, 많은 이들 앞에 서자 또다시 트라우마가 떠올랐습니다. 피아노 전주가 나오면서 색소폰 솔로가 나올 차례였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첫 숨을 불어넣을 때까지도 소리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소리가 잘 났고, 찬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홀가분했습니다. 연습을 하면서도 ‘왜 한다고 해서 이런 고생을 하나’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분명히 된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익숙하고 편안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문 연주자가 아니기에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주위 분들의 격려와 박수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오 주여 나도 함께 가려네 주께로 행진할 때’ 그날 여선교회원들이 믿음의 고백을 담아 드린 찬양의 가사처럼 우리 모두 주께로 힘차게 행진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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