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퀴즈대회 은혜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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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친교실 입구 오른쪽에 있는 첫 번째 기둥에 작은 패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교회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동안 교회가 받은 수많은 기념패와 상장, 트로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교우들의 눈에 쉽게 띄도록 친교실 입구에 붙여 놓은 패에는 ‘성경 퀴즈대회 명예의 전당'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성경을 깊이 알고, 진리 안에서 바르게 생활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이 영광스러운 장소에 기록되기를 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2002년부터 해마다 열렸던 성경 퀴즈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속회와 개인의 이름이 이 패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동안 이어지지 못했던 성경 퀴즈대회가 2019년 다시 열렸고,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서 다시 몇 년 동안 중단되었던 대회가 지난 주일 오후에 열렸습니다.
교회에서 열린 ‘성경 퀴즈대회’의 역사가 20년을 훌쩍 넘었지만, 대회에 임하는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열심을 내어 준비했습니다. 이번 성경 퀴즈대회의 본문인 로마서를 여러 번 읽은 교우들도 있었습니다. 예상 문제지가 닳도록 밑줄을 그으며 공부하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혹시라도 큰 중압감 때문에 교우들이 다들 집으로 가실까 봐 오픈북도 가능하니 부담 갖지 말고 참석해 달라는 특별 광고가 올라와서 예배 시간에 했던 터라 저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성경 퀴즈대회가 열리는 본당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은 성경 퀴즈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드러났습니다. 속회별로 모여 앉은 교우들의 빛나는 눈빛에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성경 퀴즈대회는 빙고 게임과 성경 퀴즈를 결합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가로세로 5줄씩 25개의 빈칸에 예상 문제에 있는 답을 골라서 쓰고, 출제되는 문제의 답과 일치할 때마다 표시해서 먼저 한 줄을 만드는 속회가 승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상 문제가 빈칸보다 몇 배는 더 많기에 어떤 답을 골라 어느 칸에 채우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렸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난센스 퀴즈는 교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문제가 출제되면서 답을 적은 칸이 하나하나 표시될수록 긴장감은 점점 높아졌습니다. 한 칸만 더 채우면 되는데 나올 듯 나오지 않을 때면 아쉬움의 한숨 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줄이 다 맞아 빙고가 되면 아이들처럼 기뻐하면서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나오지 않는 답만 골라 썼는지 다른 속회에서 빙고를 부를 때까지 몇 문제 맞추지 못한 속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속회가 정해졌습니다. 다섯 칸을 가장 빨리 맞춘 축복 속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첫 번째 속회가 되었고, 희락 속이 두 번째 속회가가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절제/인내 연합 속회가 세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로마서를 통째로 외울 정도로 공부하신 분도 계셨는데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는 바람에 서운한 마음도 드셨을 것입니다. 시험이라면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는 빙고 게임으로 등수를 정하는 것이 밋밋하게 느껴지셨을 것입니다.
이번 성경 퀴즈대회를 통해서 제가 배운 것은 ‘은혜’였습니다. 일반적인 성경 퀴즈대회였다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성경도 많이 읽고, 순발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미리 답을 적어놓았기에 어떤 문제와 답이 나올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그 답이 어느 칸을 메울지 모르기에 그저 맡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성경 퀴즈대회의 출제 범위였던 로마서의 주제가 바로 은혜였습니다. 우리가 얻는 구원이 행위나 율법 때문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로마서는 강조합니다. 성경 퀴즈대회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비록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성경을 조금 더 가까이하고, 속회원들끼리 마음을 모을 수 있었다면 그것도 은혜였습니다.
친교실 입구에 있는 패에는 ‘성경 퀴즈대회 명예의 전당’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지만, 사실 그 이름 대신에 ‘은혜의 전당’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 패에 붙은 이름만이 아니라 말씀을 사모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는 모든 이들이야말로 그 은혜의 전당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을 갖춘 성도들입니다. 성경 퀴즈대회를 준비해 주신 모든 분과 참석하신 교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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