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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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저희 교회 전교인 영성 수련회와 말씀 잔치를 인도하고 계시는 김기석 목사님은 지난 목요일 오전에 LA에 도착하셨습니다. 긴 여행으로 피곤하실 텐데도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인 타운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공항에서 LA 한인타운으로 가는 프리웨이를 지날 때였습니다. 김 목사님께서 “이 길 참 오랜만에 지나네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머릿속 저편에 숨어있던 오래된 과거를 소환하셨습니다. “여보, 저기 저 간판 좀 봐. 한글로 쓰여 있지. 여기가 LA 한인타운이야.” 동행하신 사모님은 한인 타운이 처음이기에 자세한 설명까지 붙이시면서 미국 한복판에 둥지를 틀고 사는 한인들의 모습을 눈여겨보셨습니다.
“지난번에 오셨을 때, 은대구 조림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서 은대구 잘하는 식당으로 예약했는데 괜찮으시죠?” 음식을 대접하시는 교우의 말에 “그때 은대구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에 같이 갔던 커피샵도 생각납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김 목사님은 8년 전에 우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시면서 함께 했던 사람들은 물론, 다니던 길과 날씨, 식당의 메뉴까지 일일이 기억해 내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김기석 목사님과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면서 나누는 대화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벌써 8년이나 지났지만 그때 오셔서 함께 지내던 일들을 떠올리자, 세월의 간격은 금세 허물어지면서 김 목사님과 함께한 기억이 몇 달 전, 아니 몇 주 전의 일인 듯 생생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봄에 부흥회 강사로 우리 교회에 오셨던 김기석 목사님은 ‘길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프랑스의 비평가 폴 부르제의 경고를 마뜩잖게 여기며 굳게 닫고 있던 우리의 마음이 김 목사님의 고요하지만, 단호한 호통에 놀라 문을 열고 보니 낯선 곳에 홀로 선 우리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광야와 같은 이민 생활에서 홀로 남았다는 고독함이 가득한 그곳에서, 우리는 김 목사님이 전하시는 말씀을 통해 진리의 빛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빛의 이끌림을 통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이민자라는 핑계를 대며, 낯선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냐고 따지면서 하루하루 분주하게 정신없이 달리던 삶을 돌아보는 여유도 갖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님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 안부를 물으면서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말씀을 나누면서 8년이라는 세월이 절대 짧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세월을 보내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를 넘어서야 했습니다. 교회적으로 큰 진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세상은 더욱 척박한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신앙을 지키며 사는 것도 더 힘들어졌습니다.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나이도 더 들었고, 그 세월을 버텨내느라 몸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세월이 바꾸어 놓은 것은 우리의 모습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목사님도 이제는 은퇴 목회자가 되셨습니다. 건강도 예전만 못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책도 여러 권 내셨고,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길 가다가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는 김 목사님의 진중함은 여전했습니다. 아니 김 목사님은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감동하고 계셨습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말씀 잔치에서 김 목사님은 ‘진리에 오름길에 오른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고 계십니다. 빌립보서 말씀을 통해 하루하루 믿음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에게 주시는 소망의 메시지가 잔잔하지만 단호한 음성을 통해 전해질 때, 우리의 마음에는 큰 울림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그 귀한 말씀을 삶의 이정표로 삼고, 진리를 향해 여전히 오름길을 오르는 삶은 이제 올곧이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진리의 오름길은 믿음과 사랑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진리의 오름길을 오르기 위해서는 힘이 들때도 있고, 땀을 흘려야 될때도 있지만, 그 길이 어렵지 않은 까닭은 그 길을 함께 오르는 길동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의지해서 함께 걸을 때, 그 길은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순례의 길이 될 것입니다. 그 진리의 오름길을 여러분과 함께 오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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